“이화여대 다니던 이모가 미군에게 성 상납을 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을 지낸 고은광순씨가 지난 8일 기자회견과 페이스북에서 한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고은씨는 “1935년생 이모가 1948년 무렵 낙랑클럽에서 김활란(이화여대 전 총장)에게 걸렸다”고 했다. 이모의 실명까지 공개했다. 성 상납의 근거와 관련해선 “어렸을 적 가족 앨범에서 이모가 미군과 함께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진을 봤다”고 했다.

이화여대 동문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열린 "김활란의 친일-반여성 행각을 직시하며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인을 바라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고은씨의 이 같은 ‘폭로’는 민주당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가 각계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 나왔다. 김 후보는 2년 전 유튜브에서 “김활란 총장은 미 군정 시기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져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데, 고은씨가 자신의 이모가 실제로 미군 성 접대에 동원돼 희생됐다며 김 후보를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고은씨의 주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기자회견 영상 링크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역사적 진실에 눈감지 말아야”라고 적었다 삭제하면서 야권 지지층에 확 퍼졌다.

고은씨 주장대로라면 그의 이모는 13세에 이대를 다니며 미군에게 성 상납을 했다는 건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역시나 이화여대의 공식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고은씨의 이모 은모씨는 이화여대 정외과에 1956년 입학해 1960년 졸업했다. 낙랑클럽(1948~1952) 해체 4년 후에 이대생이 된 것이다. 더군다나 각종 논문과 미 CIC(방첩 부대) 기록 등엔 낙랑클럽에서 성접대가 이뤄졌다는 내용은 없다. 이화여대 정외과 총동문회는 9일 “‘성 상납’이란 반인권적 용어로 이화의 선배들을 모욕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이화여대도 공식 입장을 내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학교의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거짓이 들통난 뒤에도 고은씨는 본지 통화에서 “낙랑클럽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미군과 이대생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이 계속 가동되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모가 성 상납에 동원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모 성 상납의 유일한 근거라는 미군과 잔디밭에 함께 앉아 찍은 사진도 지금은 없다고 했다. 고은씨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을 지냈고 비례 대표에 도전한 적도 있다. ‘우리 편’ 망언 후보를 감싸려고 고인이 된 이모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매춘부로 만드는 패륜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