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을에서는 6선에 도전하는 여당 중진 의원과 야당 정치 신인이 맞대결한다. 다대포해수욕장·다대포항·감천문화마을을 끼고 있는 사하을은 본래 부산 18개 선거구 중에서도 진보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으로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이 2016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후 두번 더 당선되면서 최근엔 보수 우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조 의원은 사하을에서만 5선을 했고, 이번이 6선 도전이다. 조 의원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이 낸 후보는 IT전문가인 이재성 전 NC소프트 전무이사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이 후보를 ‘2호 총선 인재’로 영입했다며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 낼 혁신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사하을은 지난달 중순만해도 조 후보가 이 후보를 손쉽게 따돌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엔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쉽게 당선자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이재성 “사하를 IT도시로 발전시킬 새로운 일꾼 뽑아달라”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사하구 다대동 성원아파트 인근 삼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며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재성 성공 경험을 사하의 성공 신화로’라고 쓰인 피켓을 메고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면 상대방 입장에서 당황하실 수 있기 때문에 눈 인사, 손 인사를 주로 했다”며 “기업에 있을 땐 직원들이 고생하면 밥이라도 사주며 사기를 북돋을 수 있었는데, 선거는 다르더라. 선거법상 캠프 직원들과 회식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후보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이동통신회사 ‘한솔PCS’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넷마블 이사, 엔씨소프트 전무, 러기드코리아 대표, 자율주행 스타트업 새솔테크 CEO등 주요 IT기업에서 임원으로만 18년 근무했다. 야구 구단 ‘NC다이노스’ 창단의 주역이었으며, 부산에서는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국제게임전시회)’ 개최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번이 첫 선거인 이 후보는 “현 정부가 들어선 후 경제가 망가지고 물가가 급등하면서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과 견제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역 주민들이 민주당과 새로운 일꾼 이재성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크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e스포츠 테마시티 신설’, ‘치매예방 디지털 거점센터 신설’, ‘100대 기업 연구센터 유치 및 100대 스타트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의 전문 분야인 IT와 e스포츠를 접목해 사하 지역의 발전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하 구민 김나진(53)씨는 “사하을은 지난 20년간 국회의원이 바뀌지 않았던 지역”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일꾼에게 기회를 주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경태 “힘있는 6선 의원돼 중단없는 사하 발전 이룰 것”
조경태 국민의힘 후보는 9일 다대포해수욕장 인근 상가를 돌며 거리 인사를 한 뒤 장림동 홈플러스 앞으로 자리를 옮겨 막판 표심 공략에 나섰다. 조 후보는 ‘조경태의 정치 1번은 항상 사하 발전입니다’라고 쓰인 유세 차량에 올라 “중단없는 사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힘있는 6선 의원이 되어서 여러분과 사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를 지나던 한 시민은 조 후보에게 다가와 “걱정마세요. 꼭 될깁니다. 민주당이 되어서 대통령 탄핵하면 정말 큰 일 아입니까”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고, 민주주의 국가다. 정직하고 죄 안짓고 살아가는 국민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가 참 민주주의 국가”라며 “범죄자들이 국회를 장악하는 나라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아니다. 참 민주주의를 실현을 위해서 국민의힘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그의 비서관과 대선후보 특보를 지낸 원조 친노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고, 사하을에서만 민주당계 정당 소속으로 3선을 지냈다.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과정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적해 지난 2020년 총선까지 사하을에서 두번 더 당선됐을 정도로 지역 내 지지 기반이 단단하다. 이번 총선 당내 경선에선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도전 후보의 경우 득표율 15% 감산’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상대 후보인 정호윤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꺾고 부산 지역 최다선인 6선 도전에 나선다.
조 후보는 ‘장림~구평~감천~자갈치 도시철도 건설’, ‘가덕도 신공항~다대포 해저터널 건설’, ‘부산 제2벡스코 유치’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 후보를 지지하는 최진렬(63)씨는 “조 의원이 사하에서 오랫동안 일해왔기 때문에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6선 의원이면 최고참 아닌가. 사하 발전에도 분명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