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갑 후보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후보, 국민의힘 한창섭 후보, 녹생정의당 심상정 후보./연합뉴스

녹색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3차례 당선된 경기 고양시 갑에선 심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후보, 국민의힘 한창섭 후보 간 3파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고양갑은 2000년 이후 치러진 6차례 총선에서 진보 후보가 5차례 당선된 진보 우위 지역이다. 이 가운데 최근 3차례가 심 후보의 승리였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뒤로 고양갑에만 출마해온 심 후보는 이번에 다시 당선되면 군소 정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5선 고지에 오른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더 선명한 민주당’을 자처했던 열린민주당 출신 김성회 후보를 공천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김 후보에게 결집하면서 선거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정의당 간 3파전이 벌어진 가운데 정의당의 낮은 지지율을 ‘개인기’로 돌파해 40%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엔 정의당 지지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더 어려운 선거가 됐다는 평가다. 진보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되면서, 윤석열 정부 첫 행정안전부 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한창섭 후보의 상승세도 만만찮다.

공식 선거운동 전인 지난달 23~24일 경인일보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시행한 여론조사(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김 후보가 48.3%로 한 후보 29.4%, 심 후보 12.4%를 오차 범위(±4.4%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그러나 이 조사는 응답률이 낮은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한 조사였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로는 나온 여론조사가 없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정권 심판”, 심 후보에 대해서는 “대표 선수 세대교체”를 내세우며 진보 유권자들의 표심 결집에 나서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정권 심판 여론이 높아,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흐름과 현재 판세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후보는 ‘정책통’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고양시의 서울 편입, 재개발·재건축 신속 진행을 약속하고 있다. 한 후보 측은 “민주당 후보는 ‘정권 심판’ 외에 공약이라고 할 게 없고, 심 후보 측이 상승하고 있지만 주로 민주당 표를 많이 가져가고 있다”며 “보수층도 결집하고 있어 투표함을 열어봐야 승부를 알 수 있을 정도까지 왔다”고 했다.

심 후보는 지난 12년간 6개 철도 노선이 신설되거나 추진되고 있다며 다음 4년간 사업을 마무리해 고양을 ‘철도 중심 도시’로 완성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심 후보 측은 “지난 총선에서도 여론조사에서 3등 하고 1만 표 차이로 이겼다”며 “김 후보 측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했다. 심 후보는 다른 지역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고, 주로 고양갑 내에 머무르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