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여야는 서울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중·성동 지역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강 벨트’ 중에서도 대표적인 ‘스윙 보트(swing vote·경합)’ 지역으로 꼽히는 곳인 만큼 이곳에서의 판세로 서울 전역에 미치는 바람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인성

판세는 막판까지 안갯속 접전이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2일 마지막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방식 조사에서 중·성동을은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후보 43%, 국민의힘 이혜훈 후보 41%로 오차 범위 내 초박빙이었다. 양당 모두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것 같다”는 반응이다. 같은 조사에서 중·성동갑 민주당 전현희 후보는 48%, 국민의힘 윤희숙 후보는 36%로 전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주 들어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 수준으로 윤 후보가 따라붙고 있다”고 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20대 총선에서 중구와 성동구가 합쳐지며 신설된 이 지역구는 최근까지도 각종 선거에서 여야가 번갈아가며 당선될 만큼 유권자들이 실용적 투표를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금호동과 옥수동을 제외한 성동구 전역을 포함하는 중·성동갑의 경우 20·21대 총선에서 현역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당선됐지만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득표가 더 높았다. 하지만 그해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성동구청장에 당선됐다.

그래픽=양인성

중구 전역과 금호동, 옥수동을 포함하는 중·성동을 역시 중구 단일 지역구였던 18대와 19대 총선 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호준 후보가 번갈아 당선됐다. 20대와 21대 총선 때도 새누리당 지상욱 후보와 민주당 박성준 후보가 번갈아 당선되며 선거 때마다 표심이 여야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친명’ 후보(전현희·박성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 후보(윤희숙·이혜훈)를 내세웠다. 양측은 투표 전 마지막 날까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 생일을 맞은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서울 성동구 왕십리 광장을 찾아 “저와 윤희숙은 일하는 척, 반성하는 척, 민생 생각하는 척하지 않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재판에 나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인 8일과 6일 서울 중구와 성동구를 연달아 방문해 박성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며 “윤석열 정부를 이제 멈춰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확실하게 심판해 달라”고 했다.

후보 간 신경전도 고조됐다. 서울 중·성동갑의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권익위원장 시절엔 상습 지각, 성동에 와선 거짓말로 주민 속인 전 후보는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다. 이에 전현희 민주당 후보는 “패색이 짙어지자 윤 후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거티브에 혈안이 됐다”고 했다. 중·성동을의 박성준 민주당 후보는 “폭주하는 윤석열 정권을 멈춰 세워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이혜훈 후보는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분들이 투표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