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마지막 이슈는 더불어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단원갑), 김준혁(수원정) 후보의 부동산 ‘사기대출’ 의혹과 ‘이대생 성상납’ 등 해괴한 발언이었다. 불법은 아닐지라도 민주당 공영운(경기 화성을), 양부남(광주 서을) 후보의 고가 부동산 자녀 증여 사실도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줬다. 조국혁신당에서는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대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징역 3년형(1심)을 받은 황운하 의원, 남편의 변호사 개업 후 1년 만에 재산 40억원을 불린 박은정 조국혁신당 후보가 당선권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이 제기된 장진영(서울 동작갑) 후보, 전세사기 사건 변호를 맡았던 조수연(대전 서갑) 후보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각종 논란이 불거졌지만 당사자들은 형식적 사과에 그치고 사퇴하지 않았다. 극심한 정치 양극화로 인해 도덕성이나 후보자의 자질보다는 ‘어느 편’이냐가 당락의 중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4년 전 총선도 당시 민주당의 압승 분위기 속에 논란의 후보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다. 당시 김남국 민주당 후보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 비하·성희롱 대화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 ‘조국 사태’로 정치권이 갈라졌는데, ‘조국 수호’ 계열인 김남국·김용민 후보가 공천받아 당선됐다. ‘부동산 영끌 투기’ 논란의 김의겸 의원과 ‘조국 사태’에 연루된 최강욱 전 의원은 민주당 공천을 못 받을 상황에 처하자 ‘열린민주당’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문제 활동가로 민주당의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 공천을 받아 비례대표에 당선됐지만, 당선자 신분일 때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이 터졌고 현재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상태다.
이런 인물들로 꾸려진 21대 국회가 어땠는지는 알려진 대로다. 청문회에서 이모(李某)를 이모(姨母)로 잘못 말해 망신당하고, 거액의 코인 거래를 한 것이 논란이 돼 탈당했다. “짤짤이” “암컷” 같은 설화가 이어졌고, 당 대변인을 맡은 이는 거짓 브리핑을 일삼다가 교체됐다. 장관을 상대로 ‘음주 호통’을 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취권’이 별명이 되고, 자당 출신 국회의장에게 ‘GSGG(개XX)’라는 욕설을 하고, ‘위장 탈당’을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주장한 이들 모두 초선 의원들이었다. 총선 때 걸러지지 못한 이런 의원들이 넘치면서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혐오와 분열의 정치로 이어졌다.
양문석·김준혁 후보 논란을 보면서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 오랜 당직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처럼회(친명 성향 초선 강경파 모임)가 100명쯤으로 늘어날 텐데 매일매일 시끄러울 것”이라고 했다. 낙천한 한 비명계 의원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더 극단인 사람들로 채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선발된 의원들이 주축이 될 22대 국회가 더하면 더할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도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통한 ‘필터링’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공천은 ‘현역·주류 불패’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현역 교체율이 낮았다. 현역 교체율은 4년 전 43.5%에서 이번에는 35.1%로 낮아졌다. 작년 3월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초선 상당수는 다시 공천을 받았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현역들 역시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천을 받았다. 여당도 22대 국회에서 다양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친윤·주류에 가까운 의원들 중심으로 진용이 갖춰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양·김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출당·제명 등 사후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앞서 불법 소지가 있는 양 후보 문제에 대해 사후 다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중도파 의원은 “적어도 국회가 국민 평균에도 못 미친다는 비난은 그만 들었으면 한다”며 “여야 모두 자정 능력과 의회정치를 회복하는 원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