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대 총선을 대장동 재판을 치르며 진두지휘했다. 표면적으로는 김부겸 전 총리,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3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꾸렸으나, 사실상 이 대표가 전국 유세 전면에 나서고 핵심 메시지를 내며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 측은 10일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걸고, 이 대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공식 선거일정 13일 간 세 차례 대장동·성남FC 재판에 참석했다. 지난달 12·19일엔 총선 유세를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부가 강제 소환을 거론한 적 있으나, 총선이 가까워지며 판세가 민주당에게 유리해지자 재판에 출석했다. 본투표 전날인 9일에도 8시간 가까이 법정에 앉아 재판을 받았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꼭 투표해 국민을 배신한 정치세력의 과반 의석을 반드시 막아달라”고 했다.

총선 내내 이 대표는 전국 유세와 소셜미디어(SNS) 홍보에 주력했다. 이 대표가 전국 유세를 다닌 거리는 선거 30일 전인 3월 11일부터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4월 9일까지 6908km(직선거리 기준)에 달한다고 이 대표 측은 밝혔다.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은 하루 첫 일정과 마지막 일정에 끼워넣는 식으로 틈틈히 챙겼다. 직접 유세 가지 못한 지역은 후보와 유튜브 라이브로 통화하는 식으로 SNS를 활용해 ‘원격 유세’를 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재판 휴정 도중에도 유튜브 라이브를 켜 ‘7곳 초접전지’에 대한 원격 유세를 했다. 이 대표 측은 “1분 1초도 허투로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민주당 전직 대표가 탈당을 하는 초유의 야권 분열 상황에서도 이 대표는 ‘혁신 공천’이라 치켜세우며 밀고 나갔다. 지난 2월엔 비명계·친문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해 ‘비명횡사’ 갈등이 계속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원들의 공천 혁명으로,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통해) 보상해줄 것”이라며 오히려 밀어붙였다. 한 친명 초선 의원은 “초반에 공천 잡음으로 이탈했던 지지층이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다시 결집했고, 결과적으로 ‘고인물’을 쳐낸 혁신 공천으로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정권심판론 흐름이 커지자 “회초리로 안 되면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 등 탄핵을 시사하는 강경 메시지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을 이끌었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이 대표가 정권심판론의 중심에 서서 지지층이 효능감을 얻도록 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