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년 만에 뒤집혔다. 2022년 3개월 간격으로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 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했던 유권자들은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압도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주효하게 먹혀들었고,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전체 야권 파이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022년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0.73%포인트 차 신승했다. 여야 양쪽 진영이 총결집해 끝까지 팽팽한 긴장을 이어간 선거였다.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는 승리(윤석열 50.56%, 이재명 45.73%)했지만, 인천(윤 47.05%, 이 48.91%)과 경기(윤 45.62%, 이 50.94%)에서 패배했다. 윤 대통령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TK(대구·경북), 강원 등 텃밭에서 압도했고, ‘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되는 대전과 충남·충북에서 이기면서 최종 승리로 이어졌다.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진 8회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17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2곳, 민주당은 5곳에서 당선됐다. 민주당은 경기와 호남·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여당에 내줬다. 전국에서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1199만명(53%)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976만명(43%)을 10%포인트 앞섰다. 0.73%포인트 차에서 10%포인트 차로 여야 격차가 벌어져, ‘대선 연장전’ 성격의 지선에서는 확실히 여당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정당 지지율로 볼 수 있는 광역의원(시·도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에 투표한 유권자는 1160만명(51%)으로 민주당 927만명(41%)을 10%포인트 앞섰다. 그 결과, 지역구를 합친 전체 광역의원 의석수에서 국민의힘은 540석(62%)으로 민주당 322석(37%)을 배 가까이 앞섰다. 전체 17곳 광역단체 중 11곳에서 국민의힘이 1당을 차지했고, 경기도에선 양당이 똑같이 78석을 얻어 의석을 반으로 나눠 가졌다. 기초단체장 226곳에서는 국민의힘이 145곳(64%)을 차지하면서 민주당 63곳(28%)을 크게 앞섰다. 선거구별로 2~5명을 뽑는 기초의원(구·시·군의원)에선 국민의힘이 1435석(48%), 민주당 1384석(46%)을 차지해 사실상 ‘반반 구도’를 형성했다.
2년 만에 열린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윤석열 정부는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의 국회를 파트너로 국정을 운영하게 됐다. 더욱이 조국혁신당의 약진으로 범야권의 의석수는 190석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이탈표가 있으면 윤 대통령 탄핵까지도 가능하고, 조국혁신당 등은 이미 이를 내세워 선명성을 강조했다.
개표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은 ‘영남당’에 갇혔다는 평가가 더 굳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전통의 텃밭인 TK 지역 수성에 성공했고, 부울경도 당초 민주당이 10~11석까지 늘릴 것이라는 기대를 보인 것과 달리 21대 총선과 비슷한 수준에서 방어선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11일 1시 30분 현재).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부울경 전체 40곳 중 7곳에서 승리했다. 대전·충청(26곳) 지역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8곳, 국민의힘이 8곳에서 승리했다. 11일 1시 30분 현재 민주당이 20곳, 국민의힘이 6곳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수도권에서도 경기 평택병·용인갑 등 기존 국민의힘 지역구도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도층 민심을 대변하는 수도권 의석수가 줄어들면 여당 내에서도 협상파의 목소리가 더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국민의힘 공천은 ‘현역·주류 불패’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친윤계 현역이 상당수 공천을 받았다. ‘비명(非明) 횡사, 친명(親明) 횡재’로 요약되는 민주당 공천을 감안하면 여야의 반목·갈등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