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녹화된 KBS 신년 대담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대통령실

국민의힘이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참패하자 여권에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한 원인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1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로도 두 달여간 침묵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응을 하면서 중도층뿐 아니라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이탈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총선 국면에 접어든 올해 들어서도 김 여사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힘을 소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이 불붙기 시작한 지난 1월 초 민주당 등이 통과시킨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등이 “김 여사 리스크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완강한 의사가 알려지면서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고 했던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초 KBS 대담을 통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밝힌 입장도 논란을 키웠다. 윤 대통령은 당시 “매정하게 (가방 전달자의 만남 요청을)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김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렇다 할 추가 조치는 없었다. 그러자 이번 총선 투표 때 일부 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종이로 만든 ‘디올백’을 들고 투표소를 찾았다.

김 여사는 작년 12월 중순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한 이후 넉 달째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서울 용산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지만 이 사실은 본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뒤늦게 알려졌다. 대통령 부인이 비공개로 투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대통령 배우자가 남의 눈에 안 띄게 도둑 투표를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