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총선 전날인 지난 9일 “(접전지는) 1%, 0.8% 이렇게 승부가 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이 1%포인트대 격차로 이긴 수도권 지역구들은 4년 전 총선에선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거나 여당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평가했던 ‘여당 우세 지역’이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높아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승리한 선거구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수도권 122석 가운데 1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서울 양천갑에선 민주당 황희 당선자가 국민의힘 구자룡 후보를 1.62%포인트(2326표) 차이로 이겼다. 서울 서부권 교육 특구로 꼽히는 목동이 포함된 양천갑은 14~19대 총선까지 보수 정당이 승리했던 지역이다. 20대 총선부터 민주당이 앞섰지만 2년 전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10%포인트 이상 대승을 거뒀다.

그래픽=양인성

역대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재건축 수요가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지역에서 우세를 보여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목1·5동에서 구자룡 후보가 황희 당선자를 4000여 표 앞섰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같은 지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만 표 이상 차이로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총선에선 윤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목동 아파트 단지 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 등 부동산 공약을 제시했지만 정권 심판론이 예상보다 강력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을에서도 민주당 김민석 당선자가 50.18%를 득표해 국민의힘 박용찬(49.03%) 후보를 1.1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국민의힘은 국회를 세종으로 완전히 이전하고 영등포을 지역구에 있는 여의도를 미국 뉴욕 맨해튼처럼 만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용찬 후보가 김민석 당선자를 앞섰지만 결과적으로 김 당선자가 승리했다.

박용찬 후보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에도 대파 값으로 상징되는 물가 문제, 대통령실발 악재가 겹치면서 선거 열흘 앞두고 상대 후보에게 1~2%포인트로 역전되는 여론조사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의도동은 지지율 자체는 과거 선거와 비슷했지만,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았다. 5년을 공들였는데 정권 심판론 바람 앞에서 무기력해지더라”고 했다.

경기도에서 민주당이 1%포인트 격차로 승리한 곳도 여당세가 강하다고 평가된 지역구들이다. 경기 하남갑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추미애 당선자가 윤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지낸 국민의힘 이용 후보에게 1.17%포인트 차이 승리를 거뒀다. 위례 신도시가 포함된 하남갑은 국민의힘에서 6명이 공천을 신청했던 지역이다. 추 당선자는 민주당 공천 파동 와중에 이 지역에 전략 공천됐지만 승리를 거뒀고,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경기 용인병에선 민주당 부승찬 당선자가 국민의힘 고석 후보를 상대로 0.53%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용인 수지구가 포함된 이 지역은 은퇴한 자산가가 많이 거주해 성남 분당 등과 함께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벨트’로 불리는 곳으로,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10%포인트 가까이 이겼던 곳이다. 용인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윤석열 정부 들어 종부세 부담이 줄면서 큰 이슈가 되지 못했고 오히려 전 정부에 비해 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컸다”고 했다. 이 지역 국민의힘 고석 후보는 고등군사법원장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따라서 야당은 지속적으로 “윤심 공천”이라고 공격했고, 정권 심판론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