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와 관련해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관련 메시지를 직접 발표한 것은 4·10 총선 후 6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어 “취임 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고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대해선 경계하면서도 민생을 살피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이고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 과제는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와의 협조를 강조하면서도 야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더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께서는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 들어 전국을 돌며 개최했던 민생 토론회를 총선 후에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며 “실질적으로 국민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생중계됐다. 총선 후 처음으로 국민 앞에서 육성으로 밝힌 공식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총선 다음 날인 11일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5일에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민생 안정’을 강조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과 같은 방식을 통해 총선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별도 회견을 검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