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24일 6·3 대선 정강 정책 방송 연설에서 “권력에 줄 서는 정치가 결국 계엄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며 작년 12·3 계엄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인사들은 25일 “대체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그로 인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당해 치러지는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 분위기가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원장의 전날 연설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취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장(권영세)이나 원내대표인 제가 여러 차례 국민께 실망과 혼란을 끼친 점에 사과했고, 그런 점을 강조해서 (윤 원장이) 연설에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정 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직적 관계가 되는 바람에 오늘날 사태에 도달한 것에 대해 저도 지도부 일원으로서 건강한 당정 관계를 구축하지 못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 “尹과의 관계 정리, 다수 당원이 동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도 이날 윤 원장 연설과 관련해 “우리 당이 변화하고 살아남아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발버둥을 치지 않으면 나라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간절한 목소리였다”고 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계엄 사태가 불거진 데 대해서는 반성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전날 KBS TV와 라디오로 녹화 중계된 정강 정책 방송 연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당이 만만했기 때문에 대통령도 계엄 계획을 당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알았더라면 당내 많은 이가 용산으로 달려가 결사코 저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은 우리 정치가 썩어 고름이 터진 결과”라고 했다. 윤 원장 연설을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선 “탄핵에 반대했던 다수 당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이날 국민의힘 인사들은 “조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계엄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점에 다수 당원이 동의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국민의힘에선 윤 원장이 연설에서 밝힌 성찰과 쇄신의 뜻을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혔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당정 관계의 소통이 부족했고, 수평적이고 건강한 당정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에 의원·당원들 대부분과 국민들이 인정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도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정당으로서 토론과 성찰의 길이 열려 있고 (다양한 의견이) 폭넓게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도 윤 의원 연설에 공감을 나타냈다.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은 굉장히 폭이 넓고 용광로와 같이 모든 다양한 분이 와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윤 원장이 밝힌 사과와 참회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며 “반성과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도 이날 2차 경선 토론회에서 “윤 원장이 ‘국민의힘이 계엄 과정에서 정말 잘못했다’는 등의 말을 했는데, 그 발언들은 대개 제가 그동안 했던 내용과 비슷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