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6월 16일 오전 7시 53분, 던킨도넛 공항철도 서울역사에서 5000원, 인원 5명’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올해 6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방역 사령탑의 고단함이 느껴진다는 반응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드시라”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14일 공개한 ’2021년 6월 질병관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정 청장의 지난달 업무추진비 사용액은 399만5400원, 총 사용 횟수는 32건이었다. 이 중 7건은 분식집과 도시락가게, 우동가게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당에서 사용한 내역이었다. 카페 및 베이커리에서 사용한 내역은 10건이었다.

정 청장이 자주 이용하는 일식집과 한식당도 있었지만, 내역에 나와 있는 인원수대로 가격을 나눠보아도 6월 동안 1인당 2만5000원 이상을 넘은 적은 거의 없다. 가장 큰 지출은 6월 18일 한정식집에서 11명이 28만5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이 역시 단순 계산했을 때 1인당 2만5909원 수준이다.

업무추진비는 부처 내 또는 유관기관과의 회의에 필요한 잡비 명목의 예산이다. 공무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사용 조건도 깐깐하다. 휴일 및 심야 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다. 1인당 1회 상한액도 정해져 있다. 통상 1인당 3~4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그동안 공직자들의 부적정한 업무추진비 사용은 종종 논란이 됐다. 청와대가 2017년 5월 출범 이후부터 2018년 9월 말까지 최저가 메뉴 금액이 9만원인 고급 일식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이 공개된 바 있지만, 감사원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적도 있었다. 정 청장의 사용 내역에는 비정상적인 시간대나 고급 일식집과 백화점 같은 부적절한 장소는 나타나지 않는다.

음식을 모두 포장한 점도 눈에 띈다. 방역 지휘관으로서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자제하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 보좌관도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정 청장은 포장 후 식사도 따로 한다. 혹시 모를 감염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라며 음식을 포장 내역이 사실임을 인증했다. 대부분 사용처는 충청북도 청주 오송읍과 서울 여의도 인근이었다.

지난 14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1년 6월 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 질병관리청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정 청장의 6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리트윗 1만 건을 넘겼다. 네티즌들은 “소시민들에게도 익숙한 체인점 이름이 많다. 오래 고생 중인데 제대로 된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 “고단함이 느껴지는 내역이다”, “일할 시간이 부족하니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위주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