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국 모든 대학이 ‘4차 산업’과 ‘AI’라는 단어를 교과목에 넣어야만 높은 점수를 받느냐. 흡사 돌고래에게 육상 경기를 시킨 후 돌고래를 무능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올해 교육부 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에서 이른바 ‘부실 대학’으로 진단받은 금강대 정상교 교학지원처장(불교문화학부 교수)이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이다. 금강대는 충남 논산에 있는 4년제 사립대. 2002년 개교, 공공정책학부, 불교인문학부 2개 학부를 운영하는 초미니 대학이다. 대한불교천태종에서 설립했고, 개교 때부터 일정 학점 이상이 넘는 모든 재학생에게 무상 교육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2018년 교육부 기본역량 진단 평가(옛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정원 감축, 재정 지원 제한, 국가장학금 지원 제한, 학자금 대출 제한 등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자 정 처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그는 청원글에서 “우리 대학은 개교 이래 등록금을 받는 대학이 아니기에 학생 수를 다 채울 이유가 없고 실제 다 채우지 않았다”며 “그러나 교육부 평가가 시작되면서 이런 특성화는 엄청난 감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글 제목은 ‘18년간 2000여억원을 장학금으로 지원했는데 부실 대학이라니요’였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교육부 대학 평가 항목이 천편일률적이고 수도권 대형 대학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재정지원제한 평가에선 신입생 충원율이나 졸업생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등 7개 지표에서 하위 7~10%를 차지한 대학들이 선정됐는데, 이렇게 교육 여건을 점수로 매겨 줄 세우는 것이 개별 대학 교육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담당자는 “대학 평가 지표는 부실한 학사 운영 등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8월 ’2021년 기본 역량 진단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번 평가 때 탈락하는 대학이 최소화되도록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에 몰린 대학에 ‘부실 대학’이란 낙인이 찍히면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해진다는 게 대교협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