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한 농지에는 약 6평(20㎡)짜리 건물이 있다. 철제 현관문과 섀시 창문이 달린 주택이다. 마당에 잔디를 심었고, 차고와 작은 창고도 딸려 있다. 별장 용도로 쓰고 있지만, 군청에는 ‘농막(農幕)’으로 신고돼 있다.

지난해 11월 2일 경기 양평군에 들어서 있는 불법 건축물의 모습. 이 주택은 ‘농막’으로 신고됐으나 불법으로 증축돼 있다. /감사원 제공

‘세컨드 하우스’로 최근 인기를 끌던 농막 상당수가 이 같은 불법 시설물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농사용 자재와 기계 보관, 수확한 농산물 처리, 농사 작업 중 잠시 쉬는 용도로만 간이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연면적이 20㎡를 넘으면 안 되고, 주거나 상업 목적으로 쓸 수 없다. 농지에 지어 별장이나 카페 등 용도로 쓰면서 농막이라고 신고한 경우는 모두 불법이라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가설건축물 설치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 강화군 등 농막이 많이 설치된 20개 시·군의 농막 3만3140곳 가운데 절반 이상(51.7%)인 1만7149곳이 불법 시설물로 나타났다. 20㎡ 이상으로 증축하거나(1만1949곳), 농사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1만1635곳)도 상당수였다. 제주의 한 농막은 농업용 전기를 끌어다 쓰는 가상 화폐 채굴장이었다.

그런데도 이 20개 시·군은 불법 농막의 3% 남짓한 559곳에 대해서만 원상 복구 명령 등을 내렸다. 감사원은 일부 담당 공무원들이 ‘바쁘다’는 등의 이유로 불법 농막을 방치해온 사실도 확인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동료 공무원의 불법 농막을 눈감아주기도 했다. 2018년 10월 경남 지역 한 시장이 시청 건축과에 자기 농지에 농막을 짓겠다고 신고하자 담당 공무원은 해당 농지에 이미 불법 농막 2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장의 신고를 받아줬다. 강원 춘천시 농막 담당 공무원은 관내 읍·면사무소에서 다른 공무원들이 소유한 농막 18곳이 불법 농막으로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상 회복 조치를 했다”고 거짓으로 답했다. 감사원은 단속을 소홀히 하거나 동료 공무원을 봐준 공무원 7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농막은 주택 보유 수에 포함되지 않고, 일반 별장을 지을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농막 건축 신고가 2016년 1만2000여 건에서 2021년 4만6000여 건으로 급증하면서 여러 기업이 농막 크기에 맞춘 모듈형 주택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전국에서 불법 농막에 대한 단속이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