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권익위 감사와 관련한 본인 입장을 직접 소명하는 '대심'에 출석하기에 앞서 '감사원 조작감사 사죄하라','권익위 직원징계 철회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유리하게 유권해석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 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감사원에 출석했다. 전 위원장은 감사위원들을 만나기에 앞서 감사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하고, 감사원이 ‘조작 감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출석은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를 심의하는 감사위원들이 전 위원장에게 혐의에 대한 소명을 직접 받겠다며 출석을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8~9월 권익위를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진행하면서 전 위원장에게 감사원에 와서 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전 위원장 측은 ‘국회 국정감사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해서 바쁘다’며 감사원이 제시한 날짜에는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사 요구와 전 위원장 측의 거절이 몇 차례 되풀이된 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검찰에 전 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일정 조율을 구실로 감사원 조사를 회피했다고 봤다.

감사위원회의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전 위원장은 한 시간 일찍 감사원에 도착해 ‘감사원 조작 감사 사죄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이어서 기자들에게 “국정감사 종료 이후에 감사를 받겠다고 했고, 감사원과 공문을 주고 받으면서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던 시기였음에도 감사원이 아무런 통보 없이 수사 요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전원위원회(대심)에 출석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전 위원장은 2020년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군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와 추 장관의 직무 수행 사이에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권익위가 발표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이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를 작성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런 혐의는 권익위 고위 관계자가 감사원에 제보를 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전 위원장은 이 제보자가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제보자를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권익위 감사를 담당한 감사원 감사관들에 대해서도 ‘허위·조작 감사를 하고 있다’며 공수처와 경찰에 고발했다. 전 위원장은 이날 출석에 앞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비위 의혹 증거가 나오지 않자 감사원은 제보자로 추정되는 권익위 고위 관계자를 증인으로 둔갑시켜서 이를 갖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 위원장의 혐의에 대해 감사원이 어떤 증거도 수집하지 못했고, 제보자의 제보만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이를 제보를 뒷받침하는 제3자의 별도 증언인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이날도 4시간에 걸쳐 감사위원들에게 ‘유 총장과 감사관 등이 허위·조작 감사를 했으니 이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위원장은 이날 출석에 앞서 최 원장과 유 총장, 권익위 감사 담당 감사관들이 감사위원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이 자기에 의해 고발을 당했으므로 자기와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 해당돼 직무를 스스로 기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사위원회의는 최 원장 등이 직무를 기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최 원장과 유 총장, 감사원의 권익위 감사 담당자들 가운데 권익위나 전 위원장 개인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를 받는 대상자가 감사원의 감사 담당자를 고발해놓고 이 담당자가 피고발인이라는 이유로 감사 업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모든 대상자가 감사원을 고발하고 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 위원장은 진술을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에게 ‘감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위법한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업무용 PC를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 포렌식을 했는데 이것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 출장 등에 관해 업무용 PC에 남은 기록은 개인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