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최근 주택을 상속받아 다주택자로 분류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중과(重課)받았던 납세자들에게 세금 일부를 돌려주고 있다. 상속받은 주택을 주택 보유 수 계산에 넣는 기준과 관련된 세법 해석이 지난해 8월 납세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관행대로라면, 국세청은 납세자들에게 종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안내문을 발송해야 하고, 그 뒤에는 납세자들이 국세청에 이미 낸 종부세 금액을 경정(수정)해달라는 청구를 해야 했다. 청구를 하지 않으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국세청은 지난 3월 감사원에 ‘직권으로 종부세를 환급해줘도 되겠느냐’고 문의했다. 감사원은 ‘국민들이 종부세 환급 안내문을 받고 환급 신청을 하려면 불편하고 시간이 걸린다’며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직권으로 환급해도 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달부터 납세자 486명에게 종부세 초과 납부분 11억원을 돌려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감사원은 각 공공기관에게 ‘사전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공익에는 도움이 되지만 해도 되는지가 모호한 일에 대해 공공기관들이 감사원에 ‘그 일을 해도 되는지’를 문의하면, 감사원이 답을 내려주는 것이다. 공공기관들은 나중에 감사 부서나 감사원이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으리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전력도 감사원에 사전 컨설팅을 요청했다. 2020~2021년 거듭된 집중호우로 전남 나주시와 고흥·구례·보성·영광·해남군 일대에선 전봇대 1367개가 파손됐고, 이를 옮기거나 다시 세워야 했다. 그러나 공사비를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한전과 지자체, 환경청 등 기관들 사이에서 분쟁이 생겼고, 소송전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파손된 전봇대들은 1년 넘게 그대로 방치됐다.
그러자 한전은 감사원에 ‘전봇대 이설 공사를 우선 시행하고 정산은 나중에 해도 되겠느냐’고 문의했다. 감사원은 ‘전봇대 이설 공사가 지연돼 6~7월에 집중호우를 다시 맞아 전봇대가 붕괴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며 ‘공사를 우선 시행하고 정산은 나중에 하라’고 답했다. 한전은 다음달부터 전봇대 이설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전과 분쟁 중인 9개 지자체·공공기관도 감사원의 해법에 동의했다.
감사원은 사전 컨설팅 제도가 도입된 2018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4년 5개월간 이런 사전 컨설팅을 329차례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사전 컨설팅이 공공기관의 공익을 위한 적극 행정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찾아가는 사전 컨설팅’ 서비스를 연 1회에서 연 3회로 확대해 실시하기로 했다. 감사를 나간 감사원 직원들이 감사를 받는 기관을 상대로 컨설팅을 해주는 ‘현장 컨설팅’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