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예방 조치로 여름철마다 전국 도심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침수 위험 지구를 지정하면 주민들이 반발한다며 지자체가 지정을 기피했고, 그 결과 예방 조치가 필요한 곳에 재원이 제때 투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도심지 침수 예방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는 상습 침수 지역이나 앞으로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자연 재해 위험 개선 지구’로 지정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해당 지역에 자금을 지원해 배수 펌프장이나 빗물·하수관로 같은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보강할 수 있다. 민간 건축주도 새로 올리는 건물에 출입구 방지턱을 높게 만들고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등 침수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이 전국의 위험 개선 지구 중 369곳을 조사한 결과, 142곳(38.5%)은 구역 전체가 아니라 도로와 하천 주위만 지구로 지정되고, 주택이나 상가가 있는 부분은 제외돼 있었다. “위험 개선 지구로 지정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건물을 올릴 때도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를 져야 한다”며 주민들이 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민원을 넣는다는 것을 이유로 지자체들이 지구 지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 가운데 울산 남구와 경북 포항시, 충북 증평군 등에선 실제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 사상·동래·해운대구와 울산 중구, 경남 창원시에서는 침수 위험이 큰 주택과 상가 구역이 위험 개선 지구로 지정되지 않아, 이곳에 신축된 건물 168곳이 침수 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건축 허가를 받았다.
침수 예방 사업에 대한 자금 투입에도 문제가 있었다. 침수 위험성이 더 높은 곳부터 순서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실제는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이뤄졌다. 이에 따라 침수 위험이 큰 곳에 예방 사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위험도가 비교적 낮은데도 먼저 예방 사업이 시행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자체들이 위험 개선 지구 지정을 정확히 하고, 침수 위험도가 높은 지역부터 예방 사업을 실시하도록 행정안전부가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