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친민주당 성향 감사위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보고서를 막판까지 수정하려 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재해 감사원장을 제외한 감사위원 6명은 8일 감사원 청사에서 감사 보고서 최종본의 자구(字句)를 논의했다. 지난 1일 최 원장이 주재한 감사위원회의에서 감사 보고서 내용을 일부 수정해 공개하기로 의결했는데, 감사원 사무처가 수정해온 보고서가 감사위원회의가 의결한 취지대로 수정된 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논의는 이례적으로 6시간 넘게 계속됐다.
최 원장 주재 회의에서 감사위원들은 전현희 위원장과 권익위의 비위 사실을 보고서에 명기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8일 ‘비공식 회의’에서는 일부 감사위원이 전 위원장의 비위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을 줄이고 보고서 내용 자체를 고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 6명 중 김인회 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썼고, 조은석 위원은 문 정부 시기 서울고검장을, 임찬우 위원은 문 정부 국무조정실에서 국정운영실장을 지냈다. 이런 위원들은 지난 1일 회의를 앞두고도 최 원장을 보고서 심의·의결에서 배제(제척)하려 했다. 전 위원장이 최 원장을 고발했으므로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최 원장이 빠져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제척안은 감사위원 6명이 3대3으로 갈려, 과반수인 4명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나 최 원장 제척이 성사됐다면 감사 보고서 공개가 무산될 수 있었다. 감사 보고서를 의결하려면 감사위원회의 재적 7인 중 4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친야 위원은 최 원장 제척이 무산된 뒤 감사 보고서를 심의하면서도 전 위원장과 권익위의 비위 사실 대부분을 보고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친야 위원은 9일에도 감사 보고서 공개를 지연시키려 했다. 감사위원회의에서 의결한 취지대로 감사 보고서가 수정됐음을 전산상으로 확인 처리해줘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감사 보고서는 다수 감사위원들과 감사원 심의실이 ‘정상적으로 수정됐다’는 것을 인증한 끝에 뒤늦게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