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있는 한 태양광 시설.(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에 편승해 부당 이득을 챙긴 사례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백 건 확인됐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등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은 부정하게 태양광 사업을 겸하면서 보조금을 받았다. 에너지 이용 효율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스마트 계량기’ 사업을 사실상 독점한 민간 사업자는 관련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 500억원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은 신재생 에너지 사업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공공기관 8곳의 임직원 250여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은 임직원이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규정, 또는 외부 사업을 겸직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관련 직무와의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250여명은 이런 내부 규정을 어기고, 소속 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태양광 사업을 본인 명의나 차명으로 해 온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공공기관 임직원 중에는 법인을 2개 만든 뒤 법인을 통해 발전 용량 4000kW(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한 경우도 있었다. 개인사업자로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인 100kW의 40배 규모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하게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관련된 공공기관 소속인 경우를 넘어서서, 태양광 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직위에 있으면서 태양광 사업을 개인적으로 벌이거나,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경우도 확인됐다. 한 공공기관의 태양광 사업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은 태양광 발전소가 연계되는 선로의 여유 용량에 관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배우자 명의로 인근에 부지를 매입한 뒤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수익을 챙겼다.

일반인 가운데에서도 ‘태양광 보조금’을 받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경우가 다수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개인이 소규모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여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사업자가 고정 가격으로 사 주는 ‘한국형 FIT(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했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게 사실상의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이 정책에 따른 보조금은 통상적으로는 발전 용량 30kW 미만의 소규모 시설 소유자만 받을 수 있으나, 농·축산·어업인의 경우에는 그 3배가 넘는 100kW 시설까지 갖춰놔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개인 사업자 다수가 농업인으로 인정받아 100kW까지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농업인 증빙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소돼 효력이 없어진 내용이 담긴 증빙 서류를 제출하거나, 농업인 자격을 중간에 상실했는데도 자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신고하는 등의 수법도 동원됐다. 감사원은 이런 사례를 700여건 확인해 조사 중이다.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도 여러 비리가 발견됐다. 감사원은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대규모 사업 4건을 점검한 결과, 지방자치단체장과 중앙부처의 전직 간부급 공무원 등 13명을 직권남용과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하고, 이들의 비리 행위를 도운 민간 업체 임직원 등 25명에 관한 자료도 함께 보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 정책에 편승한 도덕적 해이 사례를 엄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발표는 그 중간 단계에서 일부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최종적인 감사 보고서는 수개월 뒤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