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인 ‘그린 뉴딜’ 사업으로 추진한 약 7000억원 규모의 아파트 스마트 계량기 보급 사업에서도 500억원대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추진한 스마트 계량기 보급 1~3차 사업자로 선정된 A사와 관계자를 문서 위조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총 7050억원을 들여 전국 아파트 500만호의 수(手)검침 계량기를 원격 검침이 가능한 스마트 계량기로 바꾸도록 하는 사업이다.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약 35조원 규모 추경에 예산이 편성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고, 문재인 정부는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했다.

A사는 2020년 사업비 약 290억원 규모의 1차 사업에 단독으로 선정됐다. 사업비 절반은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A사가 그 액수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는 기술을 무상 제공하는 계약이었다. 그런데 A사는 법에 따른 기술 평가 공인 기관이 아닌 B 평가 업체에 기술 감정을 맡겼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A사 기술 가치는 8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B 업체는 A사 기술의 가치를 158억원으로 부풀려 평가한 감정서를 써줬다. 290억원 규모의 2차 사업에도 같은 서류를 근거로 사업자로 선정됐다.

A사는 이듬해 6월 1500억원 규모의 3차 사업에도 사업비의 약 절반인 700여 억원을 자부담하는 조건으로 선정됐다. 이에 A 업체는 B 평가 업체에서 기술 가치를 더 부풀린 ‘의견서’ 형식 허위 평가서를 받았다. A사는 이 문서를 근거로 3차 사업에도 최종 선정됐다. A사가 받은 보조금은 회수된 것 등을 빼고 총 500억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산업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사업 물량을 몰아준 경위 등을 더 조사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