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실태조사단장인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별관에서 열린 선관위 채용 비리 실태 조사 협조 촉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권익위 부위원장은 "오늘 오전 중앙선관위와 17개 지역 선관위에 현장 조사를 나갔는데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 수용을 이유로 권익위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23.6.14/연합뉴스

직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채용·승진 사례 전수 조사를 받기로 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작 실제 조사가 시작되자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고 권익위가 밝혔다.

조사를 총괄하는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로부터 기초 자료를 제출받고 33명 규모의 선관위 채용 비리 실태 전수조사단을 구성해 금일 오전부터 중앙선관위 및 17개 시·도 선관위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으나, 선관위가 조사에 응하지 않고 비협조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권익위 조사 팀이 중앙선관위와 17개 시·도 선관위 사무실에 도착해 조사를 시도하자, 당초 제공하기로 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조사팀이 조사하고자 하는 선관위 직원을 접촉하는 것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31일 감사원은 선관위에 대해 직무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이달 1일에는 권익위가 선관위의 채용 비리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선관위는 선거관리위원회의를 열어, 권익위 조사에는 협조하되 감사원 감사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정작 권익위의 현장 조사가 시작되자 선관위는 권익위 조사마저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등 선관위원들이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노태악(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정 부위원장은 “선관위가 (실제 조사가 시작되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감사원의 감사를 이유로 권익위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앞서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감사원 감사를 회피하며 국민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꼼수였다는 것을 말하느냐”고 비판했다.

감사원으로부터 감사원법상 회계 검사는 받을 수 있어도 직무 감찰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선관위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비판이 일자 선관위는 지난 9일 감사원으로부터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관해서만 부분적으로 감사를 받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감사원은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미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와는 조사가 중복되지 않도록 협조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채용비리 전담조사단을 구성, 현장조사를 시작한 12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연합뉴수

그러나 선관위가 권익위 조사마저도 불응하고 나온 것에 대해 정승윤 부위원장은 “진정으로 자신들의 부패 행위를 밝히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하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냐”며 “조사에 대한 비협조는 공정과 정직을 생명처럼 지켜야 하는 선관위가 선거 사무의 중립과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오로지 조직의 부패와 무능을 숨기고 구성원의 불법적 이익을 위한 방패로 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어서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헌법재판소에 감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권익위는 선관위의 조사 거부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권익위의 조사를 거부하려면 감사원 감사라도 무제한으로 받으라는 것이다.

정 부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면, 권익위는 부패 방지의 총괄 기관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에 따라 법령에 주어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선관위의 어떠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부패 행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가 조사에 불응하고 있다는 권익위의 발표에 대해 선관위는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현재 감사원이 현장 감사를 실시 중인 상황에서 권익위의 조사 협조 요청은 감사원의 감사 범위와 중복되므로 기관 간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했다. 감사원 감사와 권익위 조사가 겹치므로 두 기관이 먼저 범위 조정을 하고 와야 권익위 조사에도 협조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