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세는 방식을 ‘만(滿) 나이’ 셈법으로 통일하는 ‘만 나이 통일법(개정 행정기본법·민법)’이 오는 28일 시행된다. 법률상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행정·민사상 나이는 모두 만 나이로 계산하고 표시한다. ‘한국식 나이’를 주로 써 온 국민들의 나이가 1~2세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입학과 공무원 시험, 주류·담배 구입 등 일부의 경우 동기·동창 간 혼란 등을 막고자 현재처럼 ‘연 나이(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것)’ 셈법을 적용한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만 나이 통일법’은 그동안 나이 기준 혼용으로 불필요하게 발생했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처장은 또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나이를 세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전통적으로 쓰여 온 ‘한국식 나이(일명 ‘세는 나이’)’가 있다. 그러나 정부에선 ‘만 나이’와 ‘연 나이’를 써 왔다. 만 나이는 태어나서 몇 해가 지났는지를 세는 것으로 0세에서 시작해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늘어난다. 연 나이 셈법은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값으로 한국식 나이보다 한 살이 적다.
만 나이 통일법은 행정·법률 등 공식적인 영역에서 연 나이 셈법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폐지하고, 만 나이 셈법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는 나이 셈법에 관해 별도의 언급이 없으면, 모두 만 나이 셈법을 따른 것으로 본다. ‘만 00세’처럼 ‘만’이라는 글자를 따로 적어 놓지 않은 경우라도 기본적으로 만 나이 셈법을 따랐다고 본다. 정부는 현재 법령상 연 나이 셈법을 쓰고 있는 제도들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 나이 셈법을 쓰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현재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제도들은 변화가 없다. 선거권, 노령연금·기초연금 수급 시점, 근로자 정년, 경로 우대 등은 현행대로 만 나이가 기준이다. 선거권은 선거일을 기준으로 만 18세 이상인 사람에게 부여되고, 국민연금법·기초연금법에 따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근로자 정년도 ‘만 60세 이상’으로 유지된다. 노인복지법에 따른 교통 요금이나 공공시설 이용 요금 할인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만 65세 이상’에게 제공된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 정부가 기존에 발급한 각종 증명서도 모두 유효하다. 지금도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만 나이 통일법 시행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
민법에 ‘나이는 만 나이로 계산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만큼, 사인 간 계약서, 노사 간 단체협약서 같은 사문서(私文書)에 적어놓은 나이도 만 나이 셈법을 따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나이 세는 방법에 관해 당사자들 간에 별도의 합의가 있었거나, 해당 문서에 나이 세는 방법에 관한 별도 언급이 있었다면, 그런 합의나 언급이 우선이다.
그러나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 술·담배 구입 허용, 병역 판정 검사, 공무원 시험 응시 자격 부여 등 일부 제도는 학령·병역 인구 관리, 동기 동창 간 혼란 방지 등을 위해 현행대로 연 나이 셈법 적용을 계속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연 나이로 7세인 해의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술·담배 구입과 병역 판정 검사는 연 나이로 19세에 하고, 공무원 응시 자격도 8급 이하는 연 나이 18세 이상, 7급 이상과 교정·보호 직렬은 연 나이 20세 이상으로 유지된다.
정부가 만 나이 셈법 사용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민간에서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 나이를 세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한국식 나이를 기준으로 칠순 잔치, 팔순 잔치를 연다고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만 나이 통일법은 그동안 나이 기준 혼용으로 불필요하게 발생했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해 나이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