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태양광 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친 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수상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3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재원으로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등에서 8440억원에 달하는 위법·부당 사례들이 확인됐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에 3.7%를 붙여 조성하는 일종의 ‘준조세’다. /연합뉴스

국민들이 내는 전기 요금에 3.7%를 부가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으로 문재인 정부가 벌인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 사업에서 8440억원에 달하는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규모는 전력기금으로 2018~2022년 5년간 진행된 사업 약 12조원어치 가운데 약 6조원어치를 점검한 결과로 드러난 것이어서, ‘신재생 비리’로 인한 공적 기금 피해의 전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력기금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력기금은 ‘대체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자뿐 아니라, 외딴 곳에 있어 전력 공급에서 소외돼 있는 지역이나 발전소 주변에 있어 피해를 입는 지역의 주민들을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조성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전력기금의 대부분을 태양광발전 사업자를 지원하거나,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하는 한국전력의 손실을 메우는 데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전남 나주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대) 설립에도 썼다. 이 과정에서 전력기금이 ‘눈먼 돈’을 노리는 비리 사범들의 잔칫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력기금을 재원으로 추진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과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사업, 전력 분야 R&D(연구·개발) 사업 등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함께 2차 점검을 한 결과, 5359건 5824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추진단은 지난해 10월 1차 점검에서도 2267건, 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확인했다. 1·2차 점검에서 적발한 비리 규모를 합하면 7626건, 8440억원에 달한다.

그래픽=양인성

가장 많은 비리가 발견된 분야는 대출 분야였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세금 계산서 등으로 증빙하면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대출해줬다. 그런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실행된 대출 6607건, 1조1325억원어치를 추진단이 확인해 봤더니, 6745억원어치 부정이 확인됐다. 단순 계산해 보면 ‘신재생 대출’의 절반 이상에 부정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중 1937건, 3080억원(27.2%)은 설비 투자 비용을 실제보다 크게 책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부풀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비 거의 전액을 정부 지원으로만 충당할 수도 있다. 549건, 974억원(8.6%)어치는 대출의 근거가 된 세금 계산서 자체가 가짜였다. ‘포토샵’ 같은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으로 가짜 세금 계산서를 만들어 제출해서 대출을 받은 것이다.

286건, 398억원(3.5%)어치는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며 대출을 받은 경우였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 변경 등의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206건, 401억원(3.5%)어치는 신재생 사업자가 증빙한 공사비 금액보다 대출이 많이 나갔다. 금융기관 직원이 실수를 했거나, 사업자와 짜고 불법 대출을 해준 경우다.

화력·수력 등으로 발전을 하는 시설이 있는 지역에 전력기금으로 보조금을 주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사업’에서도 1791건, 574억원의 부정이 발견됐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5200여 만 원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으나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전력기금에서 보조금을 타낸 지방자치단체들마저 산업부 등을 속였다. 한 군(郡)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23억5000여 만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市)는 보조금 4000여 만원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는 데 썼다. 이렇게 지자체가 산업부를 속인 경우가 173건, 115억원어치에 달했다. 전력기금으로 추진한 전력 분야 R&D 사업에서도 연구 부실, 연구비 횡령 등 172건, 266억원어치의 부정이 발견됐다.

추진단은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비리와 관련해 626건을 수사 의뢰하고 85건은 담당 기관에 담당자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부정하게 집행된 대출금·보조금의 회수·환수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