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5일 오전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오종찬 기자

문재인 정부 당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洑) 해체·개방 결정을 이끈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조사평가기획위) 구성에 앞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났다. 그 결과, 조사평가기획위 위원의 절반 이상이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로 채워졌고, 4대강 보 해체 결정이 나오도록 유도됐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대강 보 해체 관련 감사 보고서를 오는 20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월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김은경 전 장관과 환경부 공무원 2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했다.

4대강 보 해체·개방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 달인 2017년 5월 훈령을 통해 환경부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 평가단 내에는 민간위원 8명과 공무원 7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조사평가기획위)와, 민간위원 43명으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 전문위원회’(조사평가전문위)가 있었다. 이 가운데 조사평가기획위는 ‘보 개방 계획’, ‘보 개방 영향의 모니터링’, ‘보 처리 방안’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았다. 4대강 보의 처분 방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감사원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2018년 말 조사평가전문위와 조사평가기획위 위원들을 선임하기에 앞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4대강 반대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재자연위)’와 협의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조사평가기획위 1기 민간위원 8명이 모두 재자연위와 연관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조사평가기획위는 2019년 2월 금강과 영산강의 4대강 보 해체·개방을 정부에 제안했고, 이 제안에 따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2021년 1월 보 해체·개방을 확정해 발표했다.

감사원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조사평가기획위에 4대강 보의 처분 방안을 심의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지 않지만, 조사평가기획위·전문위 위원 다수가 4대강 반대 시민단체 관련 인사들로 채워지도록 한 점은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또 이런 조사평가기획위가 4대강 보가 수질을 악화시켰고 해체·개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조사평가기획위는 당초 보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편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경제성 평가 외에, 정책적인 측면까지 따지는 종합평가(AHP) 방식으로 4대강 보를 평가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 지표를 10가지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종합평가 방식의 평가는 중단됐고, 평가 지표를 10가지 이내로 제한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조사평가기획위는 계속 제한된 평가 지표만 이용해 결론을 냈다. 감사원은 또 조사평가기획위가 다른 목적으로 진행된 과거의 4대강 보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부당하게 인용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