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 환경단체가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4.25 생명의 강 3천인 선언대회를 열고 자연성 회복 정책 추진, 수질개선 녹조문제 해결 개선방안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04.25. /연합뉴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금강·영산강의 5개 보(洑)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공개됐다. 보의 처분 방안을 결정한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의 구성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좌지우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정부가 조사평가단에 참여시킬 민간 전문가 후보 명단을 4대강 반대 단체에 미리 줬고, 4대강 반대 단체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지 않은 전문가들을 지목해 조사평가단에서 배제되도록 했다. 그 결과로 조사평가단의 민간 위원 대다수가 4대강 반대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졌고, 이들에 의해 2019년 2월 5개 보 해체·개방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는 4대강 보를 해체·개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인지, 손실인지를 판단할 자료가 부족한 상태였다. 그러나 조사평가단은 두 달 만에 서둘러 보 해체·개방 결론을 냈다. 문 정부가 내세운 ‘4대강 보 처리 방안 확정’ 국정 과제의 시간표에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조사평가단은 ‘5개 보 가운데 일부는 해체하고, 나머지는 상시 개방한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 신뢰성이 낮은 평가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5개 보 해체·개방이 과연 이로운지 여부를 추가 자료를 통해 재평가해 봤더니, 보를 해체하는 것이 사회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감사원은 정부에 “충분한 기초 자료에 근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사실상 5개 보 해체·개방 결정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감사 결과와 관련해 감사원은 지난 1월 이미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과 조사평가단 공무원 2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8월 환경부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훈령에 따라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을 설치했고, 조사평가단 내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의 구성에도 착수했다. 전문위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기획위는 전문위 내부에서 선정된 민간 전문가 8명과 환경부 공무원 7명 등 1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이 기획위가 4대강 보의 처분 방안을 결정하게 돼 있었다.

당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181개 시민단체는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라는 연합체를 이루고 있었다. 김은경 장관은 조사평가단 공무원에게 ‘전문위 구성은 재자연위의 추천을 받아서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공무원은 재자연위 간부에게 전문위에 참여시킬 민간 전문가 후보 169명의 명단을 메일로 보냈고, 재자연위 간부는 자기가 보기에 ‘4대강 사업을 찬성 또는 방조했다’고 생각되는 41명의 이름 옆에 ‘안 된다’는 의미로 ‘N’을 적어 돌려보냈다.

이 41명은 전문위 구성에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제외됐다. 2018년 9월 14일 김은경 장관에게 보고된 후보 명단에는 재자연위가 반대하는 전문가가 3명 포함돼 있었으나, 그 옆에도 ‘N’ 표시가 달려 있었다. 하루 뒤 다시 작성된 후보 명단에서는 이 3명이 빠지고, 재자연위가 반대하지 않은 다른 3명이 들어갔다. 2018년 11월 전문위원으로 최종 선정된 43명 중 절반 이상인 25명(58.1%)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이었고, 재자연위가 반대한 41명 중에서는 아무도 선정되지 않았다.

전문위는 4개 분과로 나뉘어 있었고, 각 분과는 자기들 중에서 분과위원장을 선출했다. 기획위에는 이 4개 분과 위원장과, 분과 위원장들이 1명씩 고른 전문위원 4명 등 총 8명이 민간 위원으로 참여했다.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이 전체 전문위원의 절반이 넘었으므로, 4개 분과 위원장은 모두 재자연위 관련 인사들이 차지했다. 이들이 고른 기획위원도 모두 재자연위 관련 인사들이었다. 결국 기획위 민간 위원 8명 전원이 재자연위가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기획위는 2018년 12월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먼저 정해진 것은 ‘두 달 뒤인 2019년 2월까지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결정을 서두르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 기획위원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부터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2018년 말까지 확정한다’고 반복해서 발표한 상황이었고, 청와대가 환경부에 이 시간표를 지키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청와대와 협의를 통해 시한을 2019년 2월로 미뤄놓은 상태였고, 기획위에 정부 측 위원으로 참석한 환경부 공무원들은 이때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획위는 5개 보의 처리 방안을 날림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획위는 5개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 조절 능력도 개선된다고 전제하고, 이런 이득이 보 해체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크면 보를 해체하기로 했다. 보 해체로 인한 이득이 비용보다 작은 경우에도 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그대로 둔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기획위는 보를 해체할 경우의 이득이 얼마나 될지를 숫자로 계산해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보 해체 시 수질이 과연 얼마나 개선될 것인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보를 설치하기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가 있기는 했지만, 보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강바닥을 준설하고 강변을 정리해 강물의 흐름이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를 해체한다고 해서 강이 보 설치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또 해가 갈수록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 물질의 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따라서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수질 자료로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하면, 보 해체로 인한 수질 개선 정도가 과대평가될 수 있었다.

보를 2017년부터 임시로 개방해놓은 상태에서 측정한 수질 자료로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해보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다. 보를 개방해놓은 기간이 얼마 안 돼, 수질 자료 측정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또 영산강의 승촌보·죽산보는 보를 임시로 개방했더니 오히려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기획평가단 내에선 ‘시간을 두고 수질 측정 자료 등을 더 모아야 한다’, ‘기존 측정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선 안 되고 이를 재평가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그러나 기획위는 2개월 내에 결론을 내리기 위해 ‘보 설치 전’에 측정한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보 해체 후의 수질을 예측하는 데 썼다. 그 결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며,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런 결론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통보됐고, 2021년 1월 물관리위가 기획위의 결론대로 5개 보 해체·개방을 확정했다.

기획위가 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 등 3개 보에 대해 해체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한 자료는 2017년까지 측정한 수질 자료였다. 감사원이 그 뒤 2020년까지 3년간 추가로 측정한 자료를 적용해 보 해체 결정이 타당한지를 다시 평가해 봤더니, 결론이 뒤집혔다. 공주보·죽산보는 해체하지 않아야 하고, 세종보는 해체가 이로운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획위가 틀렸고 감사원의 재평가가 반드시 옳다는 것이 아니라, 측정 기간과 방법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2019년에 성급하게 보 해체·개방을 결정해선 안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