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은 28일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책임을 물어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청주시 부시장, 청주흥덕경찰서장, 당시 충북소방본부장 직무대리 등 5명에 대한 경질 등 인사 조치를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인사권자에게 건의·요청하기로 했다. 감찰 결과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등 모든 관계 기관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어느 한 곳도 사고를 막으려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고 당시 각 기관에서 선출직을 제외하고 최고위 책임자였다. 5명의 신분과 직급이 각기 다른 만큼, 인사 조치의 형태는 해임, 직권면직, 직위해제 등으로 달라진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현 직위에서는 모두 물러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국조실은 설명했다.
여기에 행복청·충북도·청주흥덕서·청주시·충북소방본부 공무원 34명과 임시 제방 공사 현장 관계자인 민간인 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다른 공무원 63명은 각 기관에 통보해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로 문책되는 공직자는 100명이 넘는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은 인사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선출직이어서 정부가 인사 조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별도의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에 대한 감찰 결과 발표에서 “미호천교 아래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밝혔다. 행복청은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있는 미호천교를 확장하는 공사를 발주해 놓고, 시공사·감리사가 지하차도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미호강 제방을 무단으로 허무는 것을 막지 않았다. 시공사·감리사는 제방을 철거한 자리에 사고 1주일 전 임시 제방을 쌓았는데, 이마저도 규격에 미달하는 부실한 제방이었다. 결국 지난 15일 오전 8시 9분 임시 제방이 붕괴하면서 폭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제방 너머로 넘쳤고, 31분 만인 8시 40분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됐다. 행복청은 제방이 붕괴된 것을 알고도 관계 기관에 상황을 곧바로 알리지도 않았다.
국조실은 “호우 경보와 홍수 경보가 발령된 비상 상황에서 신고 등 수많은 경고가 있었음에도, 관련된 여러 기관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하차도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게 통제해야 할 권한은 충북도에 있었으나, 충북도는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사고 전날 오후에 홍수 주의보가 발령됐고, 사고 당일 오전에는 홍수 경보로 격상됐다. 사고 2시간 전에는 미호강 수위가 홍수 수준에 도달해 충북도가 법적으로 교통 통제를 할 요건이 충족됐다. 그러나 충북도 담당자들은 미호강 수위에 대한 모니터링조차 하고 있지 않았고, 이때부터 행복청에서 미호강 범람 위험성이 있다는 연락을 3차례 받으면서도 끝까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궁평2지하차도를 직접 관리하는 기관은 아니었으나, 사고 전날부터 사고 직전까지 10차례에 걸쳐 미호강 범람 가능성에 대한 신고를 받았다. 그러나 청주시 공무원들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청주흥덕서 경찰관들은 사고 1시간여 전부터 임시 제방 시공사·감리사에서 112 신고를 두 차례 받았다. 긴급히 지하차도를 통제하고 오송읍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담당 경찰관들은 궁평2지하차도로 출동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뒤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오르자 이들은 당시 출동한 것처럼 거짓으로 112 신고 시스템에 입력해 놓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충북소방본부는 사고 전날 오후 5시 21분 미호천교 인근을 지나던 행인에게 119 신고를 받았다. ‘임시 제방이 허물어질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119 상황실 근무자는 “거기 갈 만한 인력이 없다”며 “구청에 전화해 보라”고 말하고 신고를 종결 처리했고, 관계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 다른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은 임시 제방이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상황실에 위급한 상황임을 알렸으나, 상황실에서는 매뉴얼에 따른 상황 전파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