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금강·영산강의 다섯 보(洑)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이 4일 취소됐다. 보 해체·개방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난달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어, 2021년 1월 18일 물관리위가 의결했던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보 처리 방안’은 금강 세종보·공주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해체하며,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관리위는 “보 해체 여부 결정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분석에 근거해 신중하고 공정하게 추진돼야 하나, 과거의 보 처리 방안 결정은 그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과거 우리 위원회가 결정한 보 처리 방안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관리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다섯 보는 기능을 정상화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세종보·죽산보·공주보의 해체 계획은 백지화되고, 다섯 보 모두 수문을 다시 가동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여닫으면서 수위를 조절하게 된다. 다만 유압식(油壓式)인 세종보 수문은 열린 채로 장기간 방치되면서 망가져, 재가동을 위해선 먼저 수십억원을 들여 수리해야 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 환경부는 2018년 11월 문 전 대통령의 훈령에 따라 산하에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조사평가단)을 설치했고, 3개월 만인 이듬해 2월 다섯 보를 해체 또는 상시 개방한다는 ‘보 처리 방안’을 만들었다. 이 방안을 전달받은 물관리위가 2021년 1월 다섯 보 해체·개방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감사원이 진행한 감사 결과, 조사평가단은 구성 단계에서부터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인사들 일색으로 구성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보 처리 방안을 실질적으로 만드는 조사평가단 내 각종 위원회를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라고 환경부 공무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가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에 조사평가단 위원으로 위촉하려는 전문가 후보들의 명단을 미리 보내, 시민단체 입맛대로 명단에 특정 인물을 넣거나 빼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렇게 구성된 조사평가단이 다섯 보를 해체·개방한다는 결론을 사실상 미리 내려놓고 거기에 다섯 보에 대한 조사평가 방법과 자료를 끼워맞췄다는 것도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감사원과 이번 정부 환경부가 다섯 보를 해체·개방하는 것이 과연 이로운지를 추가 자료를 통해 재평가해 봤더니, 보를 해체하는 것이 사회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결론도 나왔다.
감사원이 지난달 20일 이런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다음 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물관리위에 문 정부 시절 의결한 다섯 보 해체·개방 방안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물관리위는 요청을 받아들여 2주간 검토한 끝에 과거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물관리위는 “정부는 앞으로 4대강 보를 보다 과학적으로 활용해, 최근 이상기후가 일상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가뭄·홍수·수질 문제 등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정부의 다섯 보 해체·개방 결정은 정부의 치수(治水) 정책 수립의 기본 틀이 되는 ‘제1차 국가물관리 기본계획’에도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섯 보 해체·개방을 전제로 만들어진 이 계획의 변경도 추진할 계획이다.
물관리위 공동위원장인 한 총리는 “일상화된 기후 위기로 홍수·가뭄 등 극한 기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4대강 보를 활용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배덕효 민간위원장은 “4대강 보 운영 정상화와 함께 지류·지천 정비를 포함한 치수 대책 마련,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홍수 방지 대책 선진화 등에 대해 물관리위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