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정부 비상 대책반을 이끈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회 기간 참가국 대사들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12일 공개했다. 한 총리는 새만금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철수한 영국 측이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 “문제 해결 능력에 놀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4일 중앙정부가 본격 대응에 들어간 이후, 정부는 국제 사회가 대한민국에 실망하지 않도록 전력을 다했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당초 대회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시작됐으나, 미흡한 폭염 대비와 비위생적인 환경 등으로 ‘부실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정부가 나서 대회 현장에 인력과 생수·얼음·차량 등의 물품을 긴급 투입했다. 그러나 영국·미국 등 일부 국가 대원들은 새만금에서 조기 퇴영하기도 했다. 7일에는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다가오면서 나머지 대원들도 새만금을 떠나 전국 각지에 마련된 임시 숙소로 이동해야 했다.
한 총리는 “잼버리 비상 대책반을 지휘하는 짬짬이, 다른 참가국들보다 일찍 숙영지를 떠났거나 혹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 정부가 마련한 숙소 대신 다른 곳을 선택한 국가의 대사님들께 모두 전화를 드렸다”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각국 대사들에게 “대원들이 잘 지내는지, 한국 정부가 도울 일은 없는지”를 물었다고 했다.
정부가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자, 앞서 새만금에서 가장 먼저 철수했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폐영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한 총리는 전했다. 그는 “가장 먼저 새만금을 떠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개러스 위어 주한 영국 대리대사님을 통해 자기들도 꼭 폐영식과 K팝 콘서트에 참석하고 싶다고 전해 왔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여러 숙소에 흩어진 4000명 넘는 영국 대원들이 우리 정부가 보내준 버스를 타고 콘서트를 즐겼다”고 했다.
한 총리는 위어 대리대사가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선의(善意)와 문제 해결 능력에 놀랐다”며 감사를 표했다고도 했다.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도 한 총리에게 “태풍 대피가 워낙 급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맹도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그러한 점을 이해해 주고 연맹과 서로 협력해 대규모 인력 이송을 거의 완벽하게 실행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고 한다.
지난 9일 전남 순천시에서 스위스 스카우트 대원들이 탄 버스가 시내버스와 부딪혀 대원 3명과 시민 5명이 다친 사고와 관련해서도 한 총리는 “다그마 타르탈리 주한 스위스 대사님께 교통사고를 당한 대원들의 안부를 여쭤봤다”고 소개했다. 타르탈리 대사는 “총리가 직접 전화해줘서 고맙다”며, “3명 모두 경상이고,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어서 쉽게 회복해 치료하고 병원에서 나와 이동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편 홍콩 스카우트 대원들은 조기 귀국했는데, 한 총리는 “홍콩 대원들의 경우, 본국의 태풍 대피 권고에 따라 출국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 총리는 대회 기간 정부가 개입해 한 비상 대응도 소개했다. 그는 “대회 초반 어려운 점이 많아 중앙정부가 본격 대응에 들어갔다. 화장실과 샤워 시설 관리 인력을 보강하고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바꿨다. 영내·외 버스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얼음과 생수를 공급했다. 곳곳에 작은 물놀이장도 설치했다”고 했다. 그는 “(숙영지에서) 화장실 불시 점검을 다니다가 운영요원 식당에 들렀을 때 다국적 젊은이 수백 명에게 난생 처음 연예인처럼 격려의 박수갈채를 받고 얼떨떨해지기도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렇게 정부가 대회를 안정화하고 있을 때 태풍이 닥쳤다고 했다. 한 총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요청에 따라, 숙영지에 머무르던 참가자 3만6000여 명을 버스 1014대에 태워 8개 지자체에 대피시켰다”며 “어떤 분이 ‘1·4 후퇴 이후 최대 규모 민간인 대피 작전’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각국 대원들의 대규모 이동을 큰 사고 없이 끝낸 데 대해 “갑작스러운 정부 요청에도 많은 국민과 공직자 분들이 도와 주셨다”며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K팝 아티스트와 방송·행사 진행요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경찰·소방 공무원과 대테러센터 요원, 의료진, 자원 봉사자, 버스 기사, 지자체·공공기관 임직원을 거명하면서 “윤석열 정부 잼버리 비상 대책반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또 국군 병사들과 군산·부안·정읍 주민들, 기업들과 대학들에 대해서도 숙영지 안팎을 지키고 물품을 지원하며 숙박 장소를 제공하는 등의 활약을 했다며 “정말로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