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전북도민, 각국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등에게 사과하고 있다. 스카우트복을 입고 나온 김 의원은 “국정조사를 제안한다”고 했다./연합뉴스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은 야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장소에 대회를 유치한 전라북도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지만, 대회 준비를 실질적으로 총괄해 온 여성가족부에도 큰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잼버리 조직위가 출범한 2020년 7월부터 여가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과 함께 3년 내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여가부는 청소년 업무 주무 부처라는 이유로 잼버리 대회 준비를 도맡았지만,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러본 경험은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 다른 부처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대회 시작 직전까지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감사원은 조만간 잼버리 파행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감사에 착수해, 전북도와 여가부의 잘못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여가부에 대한 감사를 담당하는 사회복지감사국 제2과를 중심으로 잼버리 파행에 대한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감사원은 다른 감사에 투입돼 있는 인력을 차출하고 감사 계획을 세우는 대로 이르면 이달 중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여가부와 전북도를 주축으로 하고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조직위에 나중에 들어간 만큼, 감사도 이 기관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되 여가부·전북도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하경

새만금에 대회가 유치된 것은 2017년 8월이었지만, 조직위가 출범한 것은 대회가 3년밖에 남지 않은 2020년 7월에 이르러서였다. 조직위는 대회를 1년 앞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기반 시설 공정률이 37%에 불과했을 정도로 대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세계 잼버리 대회는 통상 2년 전에 ‘프레잼버리’라는 소규모 대회를 먼저 개최해, 본 대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본다. 그러나 2021년 7월 새만금에서 했어야 할 프레잼버리는 준비 미비로 생략됐다.

뒤늦게 가동된 조직위의 구조에도 문제가 있었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하고 여가부 등 관계 부처들의 의견을 담아 2018년 12월 제정된 ‘새만금세계잼버리법’은 별도 법인 성격의 조직위가 대회 준비와 운영을 도맡게 했다. 그런데 이 조직위는 다른 대규모 국제 행사의 조직위와는 구조가 달랐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등은 민간인 1인이 위원장을 맡아 모든 책임을 지고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였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폐영식과 K-POP 페스티벌의 안전에 대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잼버리 조직위는 처음부터 민간인 단독 위원장 없이, 이정옥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민주당 의원 등 2명이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았다. 또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가 집행위원장을 맡았으면서, ‘사무국’이 따로 있었다. 이 사무국에는 여가부·전북도·전북교육청·부안군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정옥 전 여가부 장관은 대회 준비와 관련해 한 차례도 새만금 현장을 찾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잼버리 조직위는 처음부터 머리도 두 개, 손발도 두 쌍씩 있는 기형적인 구조였고, 두 머리 중 어느 한 쪽도 대규모 국제 행사를 해 본 경험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가부는 정부 다른 부처들에 지원을 제대로 요청하지도 않았다. 조직위를 지원하기 위한 기구로서 국무총리가 위원장, 관계 부처 장관들이 위원으로 있는 ‘정부지원위원회’가 있었지만, 정부지원위는 2021년 7월 한 차례 열린 뒤 1년 넘게 가동되지 않았다. 두 번째 정부지원위는 지난 3월에야 열렸다. 조직위는 지난 2월 행안부 장관과 문체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3명을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끌어들여 ‘5인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 지난 3월부터는 국무조정실이 ‘지원·점검 TF’를 만들어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준비 부실을 미리 잡아내지 못했다. 여가부가 ‘대회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다른 정부 부처에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