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7년간 58명의 부정합격 의혹 등 채요비리 총 353건을 적발, 채용관련자 28명 고발 조치, 312건은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전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7년간 채용한 경력직 공무원 384명 가운데 58명(15.1%)이 부정 채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권익위는 이를 포함해 선관위의 채용 비리 353건을 적발해 검찰에 28명을 고발하고 312건을 수사 의뢰했다.

11일 권익위에 따르면, 31명은 1년 임기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먼저 채용된 뒤 아무런 시험을 거치지 않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임기제 공무원이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려면 서류·면접 시험을 포함한 경력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건너뛴 것이다. 이 가운데에는 ‘행정고시’라고도 불리는 5급 공채 시험이나 이에 준하는 승진 시험을 거쳐야만 임용될 수 있는 일반직 5급 공무원으로 전환된 경우도 3명 있었다.

3명은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각각 단독으로 응시해서 일반직 7~9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처음부터 선관위에 연이 있는 사람만 응할 수 있는 채용이었던 것이다. ‘나홀로 채용’된 1명은 A구청의 선거 업무 담당자 아들이었고, 다른 1명은 B구 선관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13명은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데도 합격했거나,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다른 응시자가 탈락하는 가운데 합격한 경우였다. 이 가운데 4명은 응시 자격을 ‘35세 이하’로 제한한 채용해 35세가 넘는 나이로 응했는데도 합격했다. 합격한 13명은 일반직 7~9급 또는 임기제 공무원 ‘라’급으로 채용됐다.

8명은 경력 증명서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채용됐다. 선관위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던 1명은 일반 임기제 9급 채용에서 ‘관련 근무 경력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채용 분야와 관련 있는 근무 경력은 10개월뿐이었고, 다른 근무 기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이 응시자는 담당 업무를 명시하지 않고 전체 근무 기간만 적은 경력 증명서를 내서 ‘관련 근무 경력’을 1년으로 인정받았다.

6급 일반직으로 채용된 1명은 채용 과정에서 점수표가 조작된 정황이 발견됐다. 이 1명은 선관위에 임시직으로 이미 근무 중인 상태였는데, 일반직 채용 전형에서 한 항목 점수가 ‘15점’에서 ‘25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권익위는 선관위 직원들이 이 1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고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유 없이 탈락한 응시자들도 있었다. 7급 상당인 ‘라’급 전문 임기제 공무원 채용에서는 최종 3명이 합격돼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2명만 합격됐다. 6급 상당인 ‘다’급 전문 임기제 공무원 채용에서는 최종 2명의 경력 수준이 동등했지만, 1명은 현재 선관위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채용 공고상 근거 없이 가점을 받아 합격했고, 선관위 경력이 없는 다른 1명은 가점을 받지 못해 탈락했다.

권익위는 이 58명이 자신이 부정하게 합격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권익위는 이 58명을 채용하는 업무를 한 선관위 직원과 외부 심사위원 등 28명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밖에도 299건의 채용 절차 위반이 적발됐다. 26건은 ‘경력직 채용 시 면접위원의 절반 이상을 선관위 직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어기고, 선관위 직원들끼리 면접위원을 겸해 채용을 진행한 경우였다. ‘관련 분야’ 실무 경력 1년 이상인 사람을 뽑는다는 자체 규정을 어기고 ‘선관위’ 실무 경력 1년 이상으로 자격 요건을 한정하거나, 채용 공고를 10일 이상 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어기고 4일만 공고한 경우도 적발됐다. 모두 선관위 직원들과 연이 없는 사람이 채용에 응할 기회를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었다.

선관위의 인사 행정에서도 부실이 확인됐다. 선관위가 지난 7년간 채용한 경력직 공무원 384명 가운데 181명은 이들이 제출한 경력과 관련된 증빙 자료들을 선관위가 검증해보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로 채용됐다. 중앙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상 해야 하는 인사 분야 자체 감사를 지난 7년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58명 외에도 부정 채용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 내에서 ‘가족·지인 채용’이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권익위는 선관위에 인사 시스템 접속 권한, 경력직 채용 합격자와 관련자의 인사 기록 카드, 채용 관련자 인사·발령 대장 등을 요구했으나 선관위가 어느 것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중앙선관위와 전국 선관위 직원 약 3000명 가운데 41.1%만이 권익위 조사를 받기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권익위는 강제 조사권이 없어, 선관위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들여다볼 수 없다. 그 결과, 권익위는 부정 채용이 의심되는 58명과 이들을 합격시킨 채용 관련자들 사이에 어떤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지난 5월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선관위 직원들이 자녀를 특혜 채용해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중앙선관위는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4건에 대해서만 자체 감사를 실시해 4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4명은 자체 징계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와 감사원이 각각 선관위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며 조사·감찰을 거부했다. 이후에는 강제 조사권이 없는 권익위 조사는 수용하고 강제 조사권이 있는 감사원 감사는 거부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꿔 이번 사안에 한해 조사·감사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권익위는 37명으로 전담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는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경./뉴스1

다음은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의 이날 관련 발표 전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5월 선관위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발생한 후 선관위 주관 채용 전반의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채용실태 전수조사단을 구성하였습니다.

조사단은 지난 6월 14일부터 8월 4일까지 선관위가 지난 7년간 임용한 총 384명의 공무원 경력채용을 대상으로 관련 법령에 따른 공정채용 절차 준수 여부를 전수조사하여 그 결과를 전원위원회에 보고하였습니다.

조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앙선관위는 7년간 인사감사를 전혀 받지 않는 등 자체 감사활동을 해태하고 외부 통제도 전혀 없이 동일한 유형의 불공정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전체 162회 채용 중 64%에 해당하는 104회에서 공정채용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총 353건의 채용비리 의혹을 적발하였습니다.

채용비리 적발 사항 353건을 크게 첫째, 법적 근거 없는 임기제 공무원의 정규직 전환 특혜, 둘째, 합격자 부당 결정, 셋째, 채용 절차 위반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첫째, 정규직 전환 특혜채용은 법상 임기제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채용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5급 사무관 3명을 포함한 총 31명을 1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 후 임기 종료 직후 서류나 면접시험 없이 정규직인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했습니다.

둘째, 합격자 부당 결정 사례를 보면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를 게재해 선관위 관련자만 응시하게 하였고, 동일 경력인데도 선관위 근무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하여 채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나이 등 자격요건에 미달한 응시자를 합격시키거나 요건을 충족하는 응시자를 탈락시킨 사례도 13건이나 달합니다.

또 동일한 경력인 응시자 2명 중 선관위 근무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하여 최종 합격시키거나 담당업무가 기재되지 않은 경력증명서를 근거로 부적격자를 합격 처리하였고, 정당한 사유 없이 합격자 결정기준을 바꿔 서류·면접전형 합격자를 탈락시키거나 채용공고와 다르게 예비합격자를 추가 채용하였습니다.

셋째, 부정합격 의혹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국가공무원법 및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에 따른 채용 절차 위반 사항도 299건에 달합니다.

채용 절차 위반 사례로는 선관위 근무 경력자에게만 응시 기회를 부여하도록 응시자격을 제한하거나 채용공고 기간을 임의로 단축한 사례, 이미 금지된 관리운영 직군을 채용해 고위직 비서의 임기를 연장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면접 시 외부 위원을 50% 이상 위촉하여야 함에도 내부 위원만으로 면접위원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11개 지역 선관위에서 26건이 확인되었습니다.

채용 우대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응시자에게 가점을 부여하고 응시자가 제출한 경력 등 증빙자료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181명을 합격자로 임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의 조사 결과에 따른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사 의뢰 및 고발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단이 적발한 353건 중 가족 특혜 또는 부정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하여 수사를 의뢰하고,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반복적으로 부실한 내용을...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채용 관련자 28명에 대해 고발 조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주요 고발 사례로는 학사학위 취득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부적격자를 합격 처리한 사례, 평정표상 점수 수정 흔적이 있어 평정 결과 조작 의혹이 있는 사항, 담당업무가 기재되지 않은 경력증명서를 토대로 근무경력을 인정한 사항, 선관위 근무경력을 과다 인정해 합격 처리한 사항들입니다.

한편,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에서 문제되었던 채용공고 없이 1인이 응시한 후 합격자를 결정하는 비다수인 채용제도를 통해 지난 7년간 채용된 28명에 대하여는 절차 위반 등 위법 사항이 없는 경우라도 특혜채용 여부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별도로 수사 의뢰 사항에 포함시켰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적 근거 없는 임기제 공무원의 정규직 전환을 금지하고 비다수인 채용제도를 폐지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선관위별 제각각 운영되는 채용공고문과 서류·면접심사표를 표준화하고 자체 감사 강화 방안도 강구하도록 기관운영 투명성 제고 방안도 함께 마련해 선관위에 제안하였습니다.

공무원 채용의 공정성은 국민이 공공기관에 기대하는 기본적 신뢰의 문제입니다. 이번 조사 결과가 선관위 공정채용 정착의 계기가 되도록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를 각별히 당부드립니다.

앞으로도 국민권익위원회는 반부패 정책 총괄 운영기관으로서 청년에게 ‘공정한 도약의 기회 보장’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채용 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