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전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7년간 채용한 경력직 공무원 384명 가운데 58명(15.1%)이 부정 채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포함해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 353건을 적발해 검찰에 28명을 고발하고 312건을 수사 의뢰했다. 중앙선관위와 전국 선관위 소속 직원 약 3000명 가운데 400명 이상이 채용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추산됐다. 권익위는 지난 5월 선관위 사무총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자녀 부정 채용 의혹이 불거진 후 조사에 착수했다.
11일 권익위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와 전국 선관위가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한 162회의 경력직 채용 가운데 104회(64.2%)에서 채용 절차 위반 또는 부정 채용 정황이 발견됐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먼저 채용된 뒤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전환되거나, 특정 응시자에게 특혜가 제공된 경우가 대다수였다.
부정 채용 가능성이 높은 58명 중 31명은 1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뒤 아무런 시험을 거치지 않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서류·면접 시험을 포함한 경력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13명은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데도 합격했다. 이 가운데 4명은 응시 자격을 ‘35세 이하’로 제한한 채용에 35세가 넘는 나이로 응했는데도 합격했다. 경력 증명서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채용되기도 했다. 3명은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각각 단독으로 응시해서 일반직 7~9급으로 채용됐다. 일반직 6급 채용에 합격한 1명은 평가 점수표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응시자 일부는 이유 없이 탈락했다. ‘라’급 전문 임기제 공무원 채용에서는 최종 3명을 뽑아야 했지만 2명만 합격됐다.
권익위는 58명이 자기가 부정하게 합격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으나, 이 58명을 채용하는 업무를 한 선관위 직원과 외부 심사위원 등 28명은 직권 남용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국가공무원법과 선관위 인사 규정 등 채용 절차를 위반한 경우도 299건에 달했다. 예를 들어 26건은 ‘면접위원 절반 이상을 선관위 직원이 아닌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선관위 직원들끼리 면접을 진행한 경우였다. 채용 공고를 10일 이상 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4일만 한 경우도 적발됐다.
선관위는 채용 공고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를 대상으로 하는 ‘비(非)다수인 채용 제도’도 운영해왔다. 지자체 추천부터 서류 전형, 면접, 채용 확정이 단 하루 만에 이뤄지는 사례가 다수였다.
채용 과정에서 선관위의 내부 통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7년간 채용된 경력직 공무원 384명 가운데 181명(47.1%)은 이들이 제출한 경력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해야 하는 인사 분야 자체 감사를 지난 7년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권익위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인사 비리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는 선관위에 인사 시스템 접속 권한, 인사 기록 카드 등을 요구했으나 선관위가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 직원 약 3000명 가운데 41.1%만이 권익위 조사를 받기 위한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