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집값과 소득, 고용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를 장기간 조작했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 중간 결과가 15일 공개됐다. 통계 조작은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다음 달인 2017년 6월 시작돼, 퇴임을 6개월 앞둔 2021년 11월까지 4년 5개월간 지속적으로 벌어졌다.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국토교통부 장관들은 물론 통계청장까지 조작에 연루됐다.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부터)./뉴스1·연합뉴스·장련성 기자

이들의 조작은 통계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그대로 두고 숫자의 크고 작음만 조금씩 손을 보는 ‘통계 마사지’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통계 최종 수치를 산출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입력하는 단계에서부터 조작이 이뤄졌고, 일부 수치는 아무 근거 없이 ‘창조’됐다.

이렇게 조작된 통계 수치는 부동산 정책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감추는 데 쓰였다. 집값 상승이 하락으로, 소득 분배 악화가 개선으로 둔갑했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고위 관리들은 조작된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감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의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 전·현직 고위 공무원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종원·안일환 전 경제수석, 노형욱 전 국토부 장관 등 7명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보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1회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에서 가장 많은 조작이 이뤄졌다. 이 통계는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1주 전에 비해 얼마나 상승 또는 하락했는지를 조사해 발표되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통계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약 230회 발표된 가운데, 최소 94회치 발표분이 조작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집값 통계 조작은 대부분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실제 조사된 것보다 낮춘 경우였다. 이런 조작은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상황을 감추고, 가격 급등이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처럼 보이게 하며, 전체적인 주택 시장은 안정돼 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직후에는 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도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 통계 조작은 2017년 6월 청와대와 국토부가 ‘작성 중’인 통계를 미리 받아보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통계법은 통계 작성 기관이 작성 중인 통계를 다른 기관에 미리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이 통계 작성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문 정부는 통계법이 막으려 했던 바로 그런 일들을 했다.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는 부동산원 조사원들이 전국에 있는 아파트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한 표본 아파트의 가격을 주 1회 조사해 지난 주에 비해 얼마나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매주 7일간 진행돼야 하는 조사가 3일만 진행된 상태에서의 중간 집계 수치를 보고하도록 하고, 나중에 나온 최종 수치가 중간 집계 수치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그 이유를 대라’라고 압박했다. 국토부를 통해서도 부동산원에 같은 종류의 압력이 가해졌다. 부동산원이 보고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다고 생각될 때에는 부동산원 관계자를 불러 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부동산원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압력이 계속되자 조사된 표본 아파트 가격을 처음부터 낮춰 입력하거나, 전국에서 집계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임의로 낮춰서 보고했다. 나중에는 아예 무의미해진 표본 조사를 중단하고, 아무 근거 없이 적당한 값을 만들어 보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통계청이 3개월에 한 번씩 발표하는 ‘가계 동향 조사’도 왜곡됐다. 문 정부가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계 소득이 줄어들고 소득 분배가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문 정부는 이를 소득은 늘고 소득 분배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정반대로 발표하면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홍보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첫 분기인 2017년 2분기에 국민들의 가계 소득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0.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자, 통계청은 가계 소득을 추산하는 방식을 바꿔서 소득이 전년도 2분기에 비해 오히려 1.0% 증가했다는 정반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통계청이 통계 산출 방식을 바꾸기 위해 거쳤어야 하는 적법한 절차를 건너뛴 불법 변경이었다. 통계청은 그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같은 방법으로 가계 소득 증가율을 높여서 발표했다. 같은 기간 근로 소득은 감소하고 있었고, 소득 분배도 악화되고 있었으나, 통계청은 이 결과도 뒤집어 근로 소득은 증가하고 소득 분배는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통계청의 왜곡에도 2018년 1분기에는 소득 분배가 2003년 이후 최악으로 악화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통계청은 통계 산출 방식을 다시 바꿔서 소득 분배가 악화된 정도를 축소해 발표했고, 청와대는 이렇게 조작된 결과에 대해서조차도 통계청에 ‘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었다’는 거짓 설명을 덧붙이도록 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돼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의 실태를 1년에 한 번씩 조사해 발표하는 것이다. 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있었던 2019년 10월, 비정규직이 전년도에 비해 86만7000명이나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것이 조사 응답자들이 자기가 비정규직의 일종인 기간제 근로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정부 조사를 통해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통계청에 내밀었다. 실제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갑자기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은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이런 ‘효과’ 때문에 비정규직 증가는 실제보다 35만~50만명 과장돼 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아무런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

감사원은 감사관 28명을 투입해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감사를 진행해 왔다. 감사원 핵심 관계자는 “국가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수준의 통계 조작을 밝혀내 검찰에 수사 의뢰하게 됐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지난 공직사회와 사회 공동체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이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감사 최종 보고서는 이르면 연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