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모습./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가격 통계 조작 범위가 2020년 2월 17일 문 전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직후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 회의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률 조작 범위를 서울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라는 지시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윗선’에 관한 진술을 거부해,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수사 요청 대상에서 빠졌다.

18일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 청와대는 2017년 6월부터 아파트 가격 상승률 통계를 조작해 왔다. 한국부동산원이 원래 주 1회 하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의 주중 중간 집계값을 만들어 가져오게 하고, 이 집계값보다 주 전체를 대상으로 최종 집계된 상승률이 높으면 부동산원을 압박해 상승률을 깎는 방식이었다.

이런 ‘중간 집계’를 통한 조작은 처음에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통계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2019년 서울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구매를 어렵게 하는 ‘12·16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으로 서울 외 수도권 아파트 가격까지 급등하자 문 정부는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가격 통계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당초 문 정부는 경기도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과 같은 규제를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선에 불리하다’며 반대하자 규제 대신 통계 조작을 통해 경기·인천 지역 아파트 가격을 낮아 보이게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2020년 2월 17일 문 전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온 윤성원 당시 국토교통비서관은 행정관들에게 ‘앞으로는 부동산원에서 경기·인천 지역에 대해서도 중간 집계값을 미리 받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조사에서 윤 전 비서관은 이 사실을 부인했으나, 여러 행정관이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윤 전 비서관이 김상조 당시 정책실장이나 그 이상의 관계자에게 지시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이 통계 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22명에서 제외됐다. 당시 부동산 정책을 결정한 청와대·정부 고위 관계자 중 사실상 유일하게 수사 요청을 면했다. 이는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통계 조작과 관련해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진 일에 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이 각종 통계를 두고 논란이 일자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청와대와 국토부 고위 관계자들의 통계 조작 지시·압박은 이를 받은 중·하급 공무원과 부동산원 직원들의 진술 및 기록으로 확인됐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이것이 본인의 지시였는지, 아니면 ‘윗선’이 따로 있었는지를 밝히기 거부하면서 조사가 더 진행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통계 조작을 알고 있었는지, 조작을 지시·방조하거나 묵인했는지 여부는 검찰의 강제 수사로 밝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