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벌어진 인사 비리가 정부의 공무원 인사 제도까지 바꿨다. 인사혁신처는 앞으로 정부 기관이 공무원을 경력 채용하고자 하는 경우, 채용 계획 및 절차와 관련해 57가지 사항을 자체적으로 점검한 결과를 인사처에 제출해야 한다고 27일 밝혔다. 채용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공고하고, 시험위원을 선발하고, 응시자를 대상으로 서류·필기·실기·면접 시험을 실시하는 전 과정에서 공무원 채용 관련 법령을 사소한 것 하나라도 어기지는 않는지 조목조목 따져보게 하는 것이다. 정부 기관들은 또 앞으로는 응시자 가운데 누구를 어떤 기준에 따라 우대할 것인지, 각 전형의 합격자 수 결정 기준은 무엇인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직원이 시험위원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세부 계획을 인사처에 미리 알리고 인사처와 협의한 뒤 채용을 진행해야 한다.
인사처는 지난 26일에는 지방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전환시킬 때에도 시험을 한 번 이상은 치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기존에는 이미 지방공무원인 사람은 ‘한 차례 검증을 거쳤다’는 이유에서 국가공무원으로 전환할 때 시험을 면제해주는 것이 가능했었다.
인사처는 이렇게 공무원 채용 제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최근 선관위 채용 비리 건 등 원래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게 (채용 제도를) 운영한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를 비롯한 각급 선관위에선 직원들이 자기 자녀를 선관위 직원으로 특혜 채용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지방공무원으로 일단 채용한 뒤 아무런 시험을 거치지 않고 국가공무원으로 전환시킨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 경력 채용에 관한 각종 법령을 어긴 경우도 많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급 선관위가 최근 7년간 채용한 경력직 공무원 384명 가운데 58명(15.1%)이 부정 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31명은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뒤 아무 시험을 거치지 않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고, 13명은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데도 합격했다. 경력 증명서를 부실 제출하거나 미제출했는데도 합격한 경우도 8명 있었다. 모두 공무원 경력 채용에 관한 법령들을 어긴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