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9월 서해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를 근거도 없이 ‘자진 월북자’로 몰아갔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채택했다. 문 정부 시절 임명된 감사위원 대다수도 ‘월북 몰이’를 했다는 결론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원은 총 6명인데, 이 중 4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고, 나머지 2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일 때 신구 정권의 합의로 임명됐다. 감사위원 중 1명만 ‘이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5일 최재해 원장 주재로 감사위원회의를 열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감사원 사무처가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감사위원들은 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국방부·통일부·해양경찰청 소속 약 20명을 징계해야 한다는 사무처의 의견을 대체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 대상에는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과 해군작전사령관이었던 현역 대장 2명이 포함됐다. 다만 일부 공무원은 상급자의 지시를 단순히 수행한 것으로 판단돼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고,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은 예편해 징계를 면하게 됐다. 전체 징계 인원은 10여 명으로 줄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20명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서훈 전 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기관장 4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감사원 사무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정부 안보실과 통일부, 해경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를 군과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고도 이씨를 구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안보실과 국방부는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총살·소각됐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관련 첩보 보고서를 군 전산망에서 삭제하는 등 관련 사실을 은폐했다. 이씨의 피살이 확실해진 뒤에는 안보실과 국방부, 해경 등이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갔다. 자진 월북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들은 의도적으로 무시됐다. 또 문 전 대통령이 ‘국방부가 시신이 소각됐다고 발표한 것은 너무 단정적이었다’고 말한 뒤에는, 국방부가 ‘이씨 시신의 소각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말을 바꿨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감사위원회의는 이번 보고서에 국가안보와 관련해 민감한 사항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고 원문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달 중으로 감사 보고서를 요약한 보도 자료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