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주택·소득·고용 통계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낸 감사원이 이번엔 문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은 아닌지를 두고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추석 연휴 전 홍 전 부총리를 불러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이 문제로 삼은 것은 문 정부 때인 2020년 기재부가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이다. 이 장기재정전망은 기재부가 5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것이다. 이 중 한국의 미래 국가채무비율을 추계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추계 방식을 바꿔 국가채무비율이 악화되는 정도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당시 기재부는 “2060년 대한민국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4~81%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이 과정에서 국가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가정했고, 그 결과 미래의 국가채무비율 증가 폭을 고의적으로 낮췄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 정부는 이 전망치를 근거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0년에도 선진국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가 장기재정전망을 실시한 2020년에 문 정부는 코로나 유행을 이유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4차례 편성하고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렸다. 2020년을 포함해 문 정부는 국가채무를 400조원 넘게 늘렸고, 임기 말에는 1000조원을 돌파했다. 건국 이래 한 번도 40%를 넘지 않았던 국가채무비율도 2020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첫해였던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부채는 2021년 말 970조7000억원으로 310조5000억원(47.0%) 증가했다. 2020년(17.0%)과 2021년(14.6%)에는 부채 상승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 지난 15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8년 58%에 육박해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둘째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문 정부 청와대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주택·소득·고용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을 밝혀내고 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