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 12월 17일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등 문재인 정부 경제 관료들이 2060년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229%에서 64~81%로 148%포인트 이상 낮아 보이게 한 혐의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장래에 국민이 져야 하는 나랏빚 규모 전망치를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적어 보이게 왜곡했다는 것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20년 9월 기획재정부는 “2020~2060년 장기 재정 전망 결과,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64~81%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문 정부가 빚을 져 가면서 정부 지출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던 때였다. 문 정부는 2016년 말 627조원이었던 나랏빚을 2021년 말 971조원으로 5년 만에 344조원 늘렸다. 국가 채무 비율도 36.0%에서 46.7%로 악화됐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이런 식으로 돈을 쓰더라도 국가 채무 비율이 앞으로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감사원은 당시 기재부가 국가 채무 비율을 추계하는 방식을 비정상적으로 바꿔 이런 결론을 만들어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지출은 정부가 보훈, 복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교부, 국채 이자 지급 등 법적으로 무조건 써야 하는 ‘의무 지출’과, 정책에 따라 지출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재량 지출’로 구분된다. 의무 지출 규모는 인구 구조와 경제성장 속도 등에 따라 결정되고, 재량 지출 규모는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

기재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재량 지출이 대체로 경제성장과 같은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하고 추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에서 사용하는 추계 방식대로지만, 한국의 재량 지출은 실제로는 경제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해 왔기 때문에 이마저도 다소 낙관적인 가정이었다. 그런데 기재부는 2020년 갑자기 방식을 바꿔, 앞으로는 재량 지출이 경제성장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증가할 것이라는 극도로 낙관적인 가정을 하고 추계했다. 이는 정부가 2060년까지 재량 지출을 5500조원 넘게 줄여야만 달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감사원은 정부가 2015년 방식으로 추계를 계속했다면 2060년 국가 채무 비율은 약 229%로 계산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가 추계 방식을 별 근거 없이 바꾸면서, 2060년 국가 채무 비율 전망치가 64~81%로 크게 낮아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재부가 정부 지출을 급격하게 늘리는 데 따른 비판을 피하려고 국가 채무 비율이 악화되는 정도를 축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당시 기재부 실무자들에게서 ‘윗선의 지시에 따라 추계 방식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런 지시를 한 최종 책임자를 찾아내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