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한 업체 등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행정 처분을 받은 업체들이 처분 기간에도 학교나 공공기관에 식자재를 100억원어치 이상 납품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런 업체들이 납품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업무 소홀 때문이었다.

감사원이 31일 공개한 aT에 대한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aT는 전국 초·중·고등학교 및 공공기관 1만530곳이 급식 식자재 조달을 위해 사용하는 ‘공공급식 전자조달시스템’(급식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받은 업체는 처분이 끝난 날로부터 3~6개월간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2018년부터 지난 3월까지 5년여간 47개 업체가 행정 처분을 받고도 급식 시스템을 통해 식자재 납품 계약을 102억원어치 체결했다. aT가 행정 처분 내역이 기록되는 행정안전부 시스템과 급식 시스템을 연동해 놓지 않고, 행정 처분 내역을 급식 시스템에 수동으로 입력하는 방식을 고수하다가 일부 업체에 대한 입력을 빼먹었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 위반 업체들이 명의만 다른 위장 업체를 통해 납품을 한 경우도 5억6000만원어치 적발됐다. 감사원은 위장 업체를 통한 납품이 만연하고 있는데도 aT가 위장 업체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aT가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각 농산물의 작황 자료는 사용하지 않고, 3개월 지난 자료를 바탕으로 농산물 수매·비축을 실시해, 최근 3년간 비축됐던 배추·무·양파 등 농산물 3만여t, 273억원어치가 헛되이 폐기된 사실도 드러났다. 각 농산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비축했으나 실제로는 남아돌아서 가격이 하락했고, 이에 따라 비축 농산물들이 창고에 쌓여 있다가 상해 버려진 것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수급 조절 매뉴얼대로 비축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농산물 가격 상승 위기가 발생한 10차례 가운데 3차례에는 창고에 농산물을 비축해 놓고도 이를 시장에 방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축 농산물들은 시장 가격 안정에 정작 필요할 때는 시장에 나오지 못하다가 나중에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