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때 무조건 나게 돼 있는 ‘찰칵’ 소리가 앞으로는 없어질 수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휴대전화에서 사진·동영상 촬영음이 나지 않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데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민간의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 기구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휴대전화 촬영음 강제 발생 규제는 불법 촬영 방지를 목적으로 2004년 5월 도입됐다. 이 규제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할 때 반드시 60~68㏈(데시벨)의 소리를 내야 한다. 촬영음은 휴대전화가 진동 모드나 무음 모드에 있더라도 나오고, 사용자가 설정을 바꿔 없앨 수도 없다.
그러나 이 규제는 불법 촬영을 막는 데에는 별 효과가 없고, 사용자에게 불편만 주는 과잉 규제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규제를 도입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권익위는 줌 카메라 기술이 발전해 피사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해졌고, 무음 카메라 앱을 설치해도 촬영음 강제 발생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동시에 매년 불법 촬영이 5000건 이상 적발되고 있어 촬영음 강제 발생 규제를 없애면 불법 촬영이 더 증가할 수도 있고, 무음 카메라 앱이나 해외판 휴대전화 직구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권익위는 이 규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정부의 여론 수렴 웹사이트 ‘국민생각함’을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5일 오후 4시 기준 3683명이 참여했고, 3151명(85.6%)이 사용자가 휴대전화 설정을 바꿔 촬영음이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찬성 응답자들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어서’ ‘규제에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시대에 맞지 않는 규약이라서’ ‘촬영음 설정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이라서’ 등의 이유를 댔다. 반대는 532명(14.4%)이었다.
또 82.7%는 한국·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 촬영음 강제 발생 규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85.4%는 촬영음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도서관, 미술관 등 정숙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필요한 사진을 촬영할 때 불편하다’, ‘신고를 위해 촬영을 하는 경우 소리로 인해 촬영 사실이 발각돼 피신고자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소리에 민감한 영·유아나 반려동물을 둔 가정에서 촬영할 때 불편하다’, ‘강의실, 운동 장소 등 집중이 필요한 곳에서 촬영 소리로 집중력이 저하된다’ 등을 예로 들었다.
이 규제 도입에는 당시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여했지만, 민간이 이 규제를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정부가 이 규제를 없애도록 민간을 강제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규제 폐지를 권고하지는 않고,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전달해 규제를 스스로 폐지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