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0년 넘게 이웃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짜장면을 제공해온 중식당을 찾아 목도리를 선물했다.
2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성탄절 전날인 지난 24일 저녁 서울 성북구의 중식당 ‘옛날중국집’을 방문했다. 이 식당의 오춘군(78)·김명숙(75) 사장 부부는 2012년부터 매달 셋째 주 월요일마다 홀몸 어르신을 비롯한 이웃들에게 짜장면을 무료로 대접했다. 매번 100명 넘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한 총리는 이날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신신예식장을 찾아 결혼 26년 만에 식을 올리는 부부를 위해 주례를 서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 총리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옛날중국집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곳은 ‘서울 3대 탕수육집’으로 소문난 맛집”이라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이곳 탕수육은 흔히 맛보는 탕수육보다 고기가 도톰한 게 특징”이라며, “어떻게 튀기셨는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데다 고소한 고기 맛과 달콤한 소스도 그렇다. 고소한 고기 맛과 달콤한 소스 맛이 어우러져 씹는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이어 “함께 주문한 짜장면도 풍미가 진했다. 달달하고 짭짤해 감칠맛이 돌았다”고 했다.
한 총리는 오춘근·김명숙 사장 부부에 대해 “허름하지만 정갈한 이 가게에서 두 분은 한평생 고기를 튀기고 짜장을 볶고 행주를 훔치며 열심히 삶을 일궈오셨다. 자기 가족만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2012년부터 매월 셋째 월요일마다 같은 동네 홀몸 어르신들께 무료 짜장면을 대접하고 계시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10년 넘게 매달 100인분 넘는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노동이다. 두 분은 ‘우리도 예전에 어렵게 살아서 하는 일일 뿐’이라고 웃으시지만, 정(情)이 깊고 철학이 있어야 하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뜻 있는 단골들이 ‘좀 보태고 싶다’고 해도, 두 분은 ‘매상 올려주시는 걸로 족하다’고 손사레 치신다고 들었다”고 했다.
한 총리와 수행원들은 24일 식당 구석 자리를 찾아 말 없이 식사를 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식사를 마친 뒤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사장님 부부께 ‘좋은 일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라며 인사를 드렸다. 후원금을 받지 않는 분들이라 달리 드릴 게 없어 작은 목도리를 준비했다. 두 분이 깜짝 놀라며 좋아해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살다보면 일상 속에 보석 같은 순간들이 있다. 제게는 옛날중국집 사장님 부부나 신신예식장 사장님 모자 같은 분들을 만나뵙는 순간이 그립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한해가 저물어간다. 부족했던 부분을 조용히 되짚어 보고, 새로운 각오로 새해 다시 찾아뵙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