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에서 흉기에 피습된 뒤 1차로 이송된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것이 부정 청탁을 통해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대표의 치료를 위해 응급 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전원된 사항과 관련해, 부정 청탁과 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여러 건의 신고가 권익위에 접수됐다”며 “권익위는 신고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관련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신고는 이 대표의 헬기 이송 다음 날인 지난 3일 접수됐으며 지난 8일 관련 부서에 ‘신고 사건’으로 배정됐다. 정 부위원장은 조사 착수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해당 사건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 신고 접수 및 조사 착수 사실을 국민에게 공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관련 법령상 권익위는 신고가 요건에 맞게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조사에 착수할지 말지를 권익위가 임의로 판단하거나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부위원장은 신고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고자의 비밀을 보장하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신고와 관련된 구체적 사항은 알려드릴 수 없다”고 했다.
권익위는 이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해 이 대표 측으로부터 청탁금지법상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 이송 요청을 받고 헬기 이송을 해준 소방청이나 부산대병원 측이 부정 청탁을 들어준 것은 아닌지, 이들이 공무원행동강령이 금지하고 있는 ‘특혜 제공’을 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게 법령을 위반하는 일처리를 해달라고 청탁하는 것, 공직자 등이 이런 청탁을 받고 일처리를 해주는 것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행동강령은 공무원이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사건이 소방청 및 부산대병원과 관련해 시작됐기 때문에 먼저 두 기관을 대상으로 17일부터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조사 대상이 서울대병원과 이 대표 측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권익위가 조사를 통해 이 대표 측과 소방청,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등 관계 기관 사이에서 부정 청탁이 있었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권익위는 사건을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관련 부처 등으로 넘기게 된다. 사건을 넘겨받은 기관은 수사·감사·조사 등을 거쳐 원칙적으로 60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 반면 권익위가 부정 청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판단하게 되면, 권익위 조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10시 25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부지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다가 김모(67)씨의 습격을 받았다. 김씨는 길이 18cm가량의 흉기를 꺼내 이 대표의 목 부위를 공격했고, 이 대표는 10시 52분쯤 구급차와 헬기 편으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은 뒤 오후 3시 20분쯤 다시 응급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중증 외상 환자를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간 것 자체가 ‘의료 쇼핑’이자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반인이라면 같은 상황에서 헬기로 이송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8일 이 대표와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 등 헬기 이송 관련자들을 업무방해와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