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청사 정문에 설치된 세움 간판. 조형물 하단에는 '모두가 잘 사는 경제정책,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는 사진. 2021.6.30/연합뉴스

경기도 지방자치단체들이 2019년 도입한 ‘경기도 지역 화폐’의 운영 대행사 ‘코나아이’가 지역 화폐 이용자들이 충전한 돈을 빼돌려 채권 등에 투자해 26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도는 이 수익이 코나아이가 정당하게 챙길 수 있는 몫이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근거도 없이 배포해준 것으로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코나아이에 횡령 혐의를 적용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관련 내용을 수사 기관에 참고 자료로 전달했다. 경기도 지역 화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역점 사업이다.

감사원이 17일 공개한 경기도 정기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9년 1월 도내 28개 시·군이 각각 도입하는 지역 화폐의 운영을 코나아이에 맡긴다는 내용의 1차 협약을 코나아이와 체결했다. 같은해 5월까지 각 시·군이 코나아이와 각각 협약을 체결했고, 그해부터 코나아이를 통해 지역 화폐가 발행됐다. 2019년 첫해 발행액만 3497억여원이었고, 2022년에는 4조6723억여원에 달했다.

협약에 따르면, 코나아이는 경기도나 28개 시·군으로부터 별도의 운영 자금을 받지 않고, 지역 화폐 결제 과정에서 나오는 카드 수수료만을 가져가게 돼 있었다. 또 각 시·군마다 코나아이를 통해 발행하는 지역 화폐의 종류가 다르므로, 코나아이는 시·군별로 지역 화폐 관련 계좌를 별도로 운영해야 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코나아이는 각 시·군 지역 화폐 이용자들이 충전하는 금액 등을 지역 화폐 종류별로 나눠서 보관하지 않고, 하나의 ‘선수금 계좌’로 모았다가 이를 다시 회사 계좌로 빼돌렸다. 이어서 빼돌린 돈을 회사채 등에 투자해 나오는 수익을 챙겼다. 코나아이는 이런 식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2261억원을 부당 운용하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26억원 넘게 가져갔다.

코나아이는 지역 화폐 이용자들의 충전금을 자사의 사업 확장에도 썼다. 2020년 5월 22일엔 선수금 계좌에서 100억원을 회사 계좌로 빼돌려, 코나아이 자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한 유상 증자에 썼다. 감사원이 이 사실을 알고 코나아이에 소명을 요구하자, 코나아이는 보건복지부가 ‘저소득층 한시 생활 지원 사업’과 관련해 저소득층에게 생활 지원금을 경기 지역 화폐로 지급하기 위해 충전해놓은 7000여억원에서 100억원을 꺼내 선수금 계좌에 채워넣고 ‘돌려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지역 화폐 담당 공무원들은 2020년 10월쯤부터는 코나아이가 경기도나 각 시·군의 승인 없이 선수금을 채권 투자 등에 쓰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코나아이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2020년 11월 경기도의회의 감사 과정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자, 경기도 공무원들은 오히려 경기도의회에 ‘협약에 따라 선수금 운용 수익은 코나아이에 귀속된다’고 거짓으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0월 15일에는 ‘협약에 따라 코나아이는 결제 수수료 외에 선수금에 대한 이자 수익, 낙전을 운영 수익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경기도와 코나아이가 체결한 1차 협약과 각 시·군이 코나아이와 체결한 본 협약 어디에도 코나아이가 선수금 운용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경기도가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법무법인 5곳에 자문한 결과, 5곳 모두 코나아이가 선수금을 임의로 인출해 운용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경기도 공무원들이 2021년 코나아이에 관해 거짓 보도 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 이재명 당시 지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경기도 대변인실이 이런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에 앞서 경제실의 검토를 받은 사실은 확인했다고 한다.

2021년 10월 지역사랑상품권법이 개정돼, 2022년 4월부터는 지역 화폐 운영 자금을 각 지자체 계좌에 두게 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코나아이는 2차 협약을 체결해, 코나아이가 각 시·도 계좌에 해당 지역 화폐 운영 자금을 넘겨줬다. 감사원이 이를 확인해 보니, 코나아이가 갖고 있는 충전·결제 데이터상 있어야 하는 지역 화폐 발행액·사용액·잔액이 각 시·군이 매달 집계한 발행액·사용액·잔액과 일치하지 않았다. 코나아이가 감사원에 각 지역 화폐 발행액·사용액·잔액이라고 제출한 금액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오차’는 연도별·집계 방식별로 적게는 28억4700만원에서 많게는 238억8300만원에 달했다. 코나아이가 각 지역 화폐 운영 자금을 한 계좌에 모아 운영한 탓에, 각 지역 화폐가 얼마나 발행돼 쓰였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나아이가 일부를 횡령했는지, 횡령했다면 그 금액은 얼마인지도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코나아이는 감사원에 지역 화폐 발행액·사용액·잔액 총액만 제시하고, 각 금액에 대한 증빙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용인시와 부천시는 각각 2022년과 지난해 코나아이를 상대로 용인·부천 지역 화폐 선수금을 빼돌려 운영해 올린 수익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감사원은 김동연 현 경기지사에게 용인시의 소송 결과를 확인한 뒤 코나아이로부터 선수금 운용 이자를 돌려받으라고 통보했다. 또 이재명 지사 시절 지역 화폐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2명은 징계하고, 앞으로 코나아이가 선수금을 임의로 운용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경기도에 대해 6년 만에 실시한 정기 감사로, 이재명 지사 재직 시기를 포함해 2018년에서 2022년까지 경기도가 수행한 업무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됐다. 직전 감사는 2017년에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