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쿠바와 수교하는 방안을 비밀리에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미국 뉴욕에서 쿠바와 수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보안을 지키기 위해 국내에서도 관련 절차를 극비리에 진행시킨 것이다.
15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렸다. 국무위원들은 서울과 세종의 국무회의장에 나뉘어 앉았고, 두 회의장은 화상으로 연결돼 있었다.
당초 이날 국무회의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정부로 넘어온 법률안 39건을 공포하는 안건과, 차관회의를 거쳐 올라온 대통령령 7건을 개정하는 안건을 처리하는 간단한 회의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는 예정에 없었던 ‘즉석 안건’이 하나 상정됐다. 쿠바와의 수교안이었다. 이 안건은 다른 안건들과 달리 국무위원들의 PC 모니터에는 나오지 않았고, 종이 인쇄본으로만 배포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다른 국무위원들은 착석한 뒤에야 쿠바와의 수교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조 장관은 국무위원들에게 ‘14일에 수교가 이뤄질 것이며, 그때까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수교 추진 사실이 알려질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한 것은 헌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89조에 따르면 외국과의 조약안이나 중요한 대외 정책 사안은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외교부는 수교안이 의결되고 국무회의가 끝나자마자 수교안이 적힌 종이를 모두 회수했다. 정부 대변인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국무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추가 안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후 각 언론에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도 이번 국무회의에서 법률 공포안 39건과 대통령령 7건 외에 ‘일반 안건’ 1건을 의결했다고만 밝혔다. 이 일반 안건이 무슨 안건인지는 비밀에 부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