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방 공항 난립으로 인한 재정 낭비 실태를 점검하는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2003년 지방 공항 사업 3건을 감사해 모든 사업의 경제성이 부풀려졌다는 것을 밝혀낸 지 21년 만이다.

감사원은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연간 감사 계획’을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방 공항 관련 계획·건설·운영 등의 적정성을 점검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효율적 투자를 유도하겠다”며, 올 하반기 중에 ‘지방 공항 건설 및 운영 실태’ 감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민간 공항이 15곳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제주·김해·김포 등 4곳을 제외한 11곳이 적자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10곳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대부분은 경제성이 없어 지속적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거나,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막대한 사업비를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13조7600억~15조8000억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은 2조6000억원 이상, 새만금 신공항은 80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감사원이 지방 공항 사업에 대한 감사에 나서는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당시 감사원은 김제·무안·울진공항 사업을 감사해 이듬해 세 공항 사업이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 공항 모두 경제성 평가가 부풀려졌고, 실제로는 공항으로 인한 편익보다 공항 건설·운영에 들어갈 비용이 더 커 공항을 짓지 않느니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김제공항 사업은 무산됐으나, 거의 비슷한 위치에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울진공항은 사업이 강행됐으나 취항하겠다는 항공사가 하나도 없어 비행훈련원으로 전환됐고, 무안공항도 개항 후 한 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현재 적자를 내며 운영되고 있는 지방 공항들은 물론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방 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감사할 예정이다. 다만 감사원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황해식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가덕도 신공항은 여야가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건설하기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고도의 정책 판단”이라며 “이 판단에 대해 감사원이 맞는 판단이었는지를 따져볼 수는 없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전 정부 시기에 벌어진 여러 문제점에 대한 감사도 계속하기로 했다. 2017년 말 660조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2022년 말 기준 1068조원으로 5년 새 400조원 이상 늘었는데, 감사원은 ‘국가 채무 관리 실태’ 감사를 통해 이 부분을 들여다본다. 2017년 말 10조원 넘게 쌓여 있었던 고용보험기금이 문재인 정부 5년 새 고갈된 것도 ‘고용보험기금 재정 관리 실태’ 감사를 통해 살펴본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 유행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코로나19 대응 실태 진단 및 분석’ 감사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현 정부 시기에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감사도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북한의 해킹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고 선관위 전산망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이 지난해 국가정보원 조사로 드러난 가운데, 감사원은 ‘국가 주요 전산망 사이버 공격 대응 실태’ 감사를 통해 이 부분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또 지난해 11월 벌어진 국가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서도 ‘대국민 행정 정보 시스템 구축·운영 실태’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감찰 활동도 지속된다. 감사원은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이 법규상 정해진 한도 이상으로 노조 업무를 하면서 본 업무는 하지 않고 있는지 여부를 ‘공무원 노조 전임자 복무 관리 등 운영 실태’ 감사를 통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또 외교부가 운영하는 재외공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해외에 두고 있는 사무소의 운영 실태가 방만하지는 않은지에 대한 감사도 12년 만에 재개된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공직 기강 감찰과 공공 재정 부정 지출 점검 활동을 상시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감사원은 특히 총선 기간에 공직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당에 가입하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했다.

국회사무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세청, 조달청 등 중앙행정기관 18곳, 대구시,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인천 계양구 등 지방자치단체 23곳, 한국철도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 13곳도 올해 정기 감사를 받는다. 감사원이 지정한 ‘권력 기관’ 11곳 중에선 외교부,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4곳이 정기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