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병원 5곳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되자, 정부가 공공병원을 비상 가동하고 군병원을 개방하기로 하는 한편,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의 대체 투입 준비에 나섰다. 의사들의 반대로 제한적으로만 운영돼 왔던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한 총리는 “집단행동이 본격화된다면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중증 응급 환자들이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들의 근무 거부로 응급 의료 체계에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전국 409개 응급 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도록 하며, 필수 의료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뤄지도록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다. 또 “상황이 악화될 경우,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공공병원·군병원도 근무 거부 전공의들을 대신하기 위해 나선다. 한 총리는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하도록 하며, 12개 국군병원의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 시에는 외래 진료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코로나 유행 때 도입돼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된다. 비대면 진료는 그간 다수 의사들의 반대로 재진(再診) 환자들이나 의료 취약 지역의 환자, 휴일이나 야간 환자에 대해서만 허용돼 왔었으나, 한 총리는 “만성·경증 환자 분들이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집단행동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비대면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에 “문 여는 의료기관과 비대면 진료 이용 정보를 국민들이 알기 쉽게 충분히 안내하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한 총리의 발언 전문.
한덕수 국무총리 지금부터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주 일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낸 데 이어, 서울 5개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오늘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내일부터 병원근무를 멈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의대생들도 내일 동맹 휴학을 하겠다고 합니다. 국민의 바람에 반하는 안타까운 결정입니다.
만약 집단행동이 본격화된다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중증 응급환자들이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절대 안 되겠습니다.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여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체계를 갖추겠습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도 가동합니다.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하도록 하겠습니다.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 시, 외래진료까지 확대하겠습니다. 또한, 만성‧경증환자 분들이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집단행동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할 계획입니다. 복지부, 행안부, 교육부, 국방부, 보훈부 등 관계부처는 병원별 비상진료 준비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주시고, 문 여는 의료기관과 비대면 진료 이용 정보를 국민들이 알기 쉽게 충분히 안내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가 여러 번 간곡히 말씀드린 대로, 의대정원 증원 계획은 붕괴되고 있는 지역 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고, 국민들께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고치는 더 큰 의료개혁의 일부입니다. 정부와 전문가, 대학들이 고심해서 내린 결정치입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우리보다 국민 1인당 임상의사 숫자가 더 많은 선진국도 우리보다 먼저, 우리보다 큰 규모로 의사를 증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하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어 의료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충분히 증원되지 못한다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입니다. 의사 양성에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의대정원 증원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부의 의료개혁은 국민뿐만 아니라 의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4대 필수의료 패키지에는 의료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내용들이 폭넓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의대교육의 질을 높이고, 전공의의 근무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해 의사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할 것입니다.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도 개선합니다. 또한, 지방에서도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구축되도록 다양한 제도와 지원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의료계에도 강경한 의견을 내는 분들만 계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진심과 국민의 고통을 이해하는 합리적인 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의사 단체가 지금이라도 집단행동 계획을 철회하고,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정부의 의료개혁에 동참해 주신다면,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의료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사 여러분, 정부는 언제나 대화에 열려 있습니다. 더 좋은 대안은 언제든 수용하겠습니다.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