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군에 있는 평화의 댐. 감사원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40년까지 평화의댐과 청평댐이 넘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조선일보 DB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40년까지 한강 상류 평화의댐과 청평댐이 넘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강수량은 늘고 집중호우는 잦아졌지만, 댐의 설계 기준은 20년 전 기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불충분할 경우에는 팔당댐, 횡성댐은 물론 소양강댐·충주댐 같은 한강 상류 대규모 댐까지 넘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기후 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사회기반시설 분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전국 58개 댐의 안전 기준은 2004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지역별 최대 강수량·홍수량 추정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추정치는 1990년대의 강수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 2004년에 한 번 고친 것이다.

감사원은 수공과 한수원,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주요 댐 9개와 저수지 5곳에 대해 미래의 최대 홍수량을 다시 추정하고, 각 댐과 저수지가 어느 수위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점검했다. 미래의 기후변화는 유엔 관련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4년 내놓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했다.

그래픽=양인성

그 결과, 평화의댐과 청평댐은 홍수기 최고 수위가 댐 높이를 넘겨, 언제든 물 넘침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앞으로 전혀 줄이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물론, 2014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였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평화의댐과 청평댐은 각각 홍수위가 댐 높이를 3.59m, 1.60m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횡성댐과 팔당댐은 2040년까지는 물 넘침 사고를 가까스로 모면하지만, 그 이후에는 물 넘침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2070년까지는 괜찮지만, 이번 세기 내내 온실가스 배출이 감축 없이 계속될 경우엔 2071~2100년 사이에 물 넘침이 벌어질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소양호·충주호는 2004년에는 각각 한번에 최대 810㎜, 605㎜ 비가 내릴 것으로 추정됐지만, 앞으로는 최악의 경우 각각 한번에 최대 969㎜, 739㎜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때 소양호·충주호의 최고 수위는 각각 댐 높이를 0.50m, 1.47m 넘기게 된다. 전북 완주군 대아호, 충남 논산시 탑정호 등 주요 저수지 2곳도 앞으로 물 넘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도 붕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건설기술연구원에 수도권 주요 다리 313개에 대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평가하도록 한 결과, 물 넘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다리가 현재는 108개(34.5%)지만, 앞으로는 최대 172개(55.0%)로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교각이 있는 210개 다리 중에선 152개(72.4%)에서 교각 아래가 파이는 세굴 현상이 벌어질 위험성이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평택·당진항과 통영항, 마산항, 녹동신항 등의 항만에선 정부의 2023년 예측보다 해수면 상승이 심해지고, 홍수·해일 시에는 계획된 방재 시설을 넘어 바닷물이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마린시티와 민락지구의 침수 피해 면적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감사원은 국토부로부터 물 관리 업무를 넘겨받은 환경부에 미래 기후변화를 고려해 지역별 최대 강수량을 다시 추정하도록 하고, 댐 설계 기준도 이에 맞게 고치며, 새로운 기준에 맞춰 치수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라고 했다. 다리 안전 기준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