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우리 의료 시스템이 전공의들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해왔다”며 “의료 개혁을 통해 수련 여건을 확실히 바꾸겠다”고 했다. 또 전공의들과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필수 의료를 선택한 분들이자,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고, 미래 의료의 주역”이라며 “정부는 전공의 여러분께서 강도 높은 근무 환경 속에서 장시간 일하고 계신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정부가 책임지는 ‘전공의 수련 비용 국가 책임제’를 실시하고, 소아청소년과 수련 비용을 매달 100만원씩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필수 의료과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도 늘리겠다고 했다. 전공의 근무 시간과 관련해서는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큰 폭으로 감축하기 위한 시범 사업을 5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주 80시간으로 돼 있는 전공의 근무 시간 법정 한도도 “논의를 통해 단축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대표와 2시간 넘게 면담한 것에 대해 “이제 막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라며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했다. 또 “전공의뿐 아니라 의료계 다른 분들에게도 정부는 마음과 귀를 열고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국민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정부나 전공의나 같다”며 “서로 갈등하고 배척하기엔 우리 환자와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크다”고도 했다.

다음은 한 총리의 모두발언 전문.

한덕수 국무총리 지금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어제 오후 대통령님께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습니다. 지난 2월 19일 전공의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 한 달 반만의 일입니다.

국민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은 정부나 전공의나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국민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의사는 환자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전공의는 이제 막 대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습니다.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료계 다른 분들에게도 정부는 마음과 귀를 열고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서로 갈등하고 배척하기엔 우리 환자와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큽니다.

정부는 무너진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의료계 안팎의 제안을 수렴해 의료 개혁 4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의 수련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필수 의료를 선택한 분들이자,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고, 미래 의료의 주역입니다. 우리 의료 시스템은 이분들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해왔습니다.

정부는 전공의 여러분께서 강도 높은 근무 환경 속에서 장시간 일하고 계신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의료 개혁을 통해 수련 여건을 확실히 바꾸려고 합니다.

전공의 수련 비용 국가 책임제를 실시하여 전공의 수련 비용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수련 비용 100만원 신설에 이어 타 필수 의료과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도 늘려나가겠습니다.

전공의 연속 근무 시간을 36시간에서 큰 폭으로 감축하기 위해 시범 사업을 5월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주 80시간의 근무 시간도 논의를 통해 단축하겠습니다.

3년 주기로 전공의 수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도 운영하는 등 수련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에 전공의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정부의 개혁 의지는 확고합니다. 대화에도 열려 있습니다. 정부의 선의와 진심을 믿고 대화에 응해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립니다.

길어지는 의료 공백으로 중증·응급, 희귀·난치 질환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이분들은 밤잠을 못 이루고 계십니다.

다행히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현장을 지키고 계신 의료진들의 노고 덕분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아직까지 비상 진료 체계가 비교적 잘 작동되고 있습니다.

여러 전문병원과 종합병원 관계자들도 큰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한 분 한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비상 진료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이미 군의관과 공보의 파견, 시니어 의사 채용 지원, 진료 지원 간호사 추가 채용 등 다양한 대체 인력 확보 방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급병원과 종합병원 간 긴밀한 이송과 전원 체계를 구축하여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168개소의 진료 협력 병원을 지정하여 상급병원에서 진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즉시 진료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전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료 협력 병원은 암, 희귀질환 전문병원 등을 포함하여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며, 조만간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도 갖출 계획입니다.

이달 1일, 4개 권역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열고,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의 신속한 전원을 지원 중입니다. 피해 신고·지원 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료 지연 피해 사례들도 적극적으로 파악해 병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개별적으로 꼼꼼하게 조치를 해나갈 것입니다.

의료개혁 완수 노력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매주 토론회를 개최하여 국민들께 의료 개혁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됩니다.

의대 교수님들과 환자 단체 대표 등을 다양하게 모시고, 건강보험의 필수 의료 투자 방향에 대한 고견을 들으려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는 의료 개혁의 여정이 멀고 험한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환자와 국민을 위해, 또 의료계를 위해 그 길을 가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지지가 꼭 필요합니다. 정부가 부족한 부분은 기탄없이 지적해주시고, 동시에 정부 의료 개혁의 성공을 위한 노력과 진정성에 같이 해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