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타고 있다. /뉴스1

심야 고속·시외버스 승객과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흉기 등 위험 물품의 차내 반입이 제한되고 비상벨과 고해상도 방범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된다. 운전자 보호 격벽과 교통사고 발생 시 관제 센터에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전달하는 장치의 설치 의무화도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장거리 심야 시외버스 이용객 안전 관리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먼저 버스에 무기·흉기·마약류를 갖고 타는 것이 금지된다. 지금까지는 관련 규정이 없어, 버스 회사 측이 승객이 폭발성·인화성 물질을 갖고 타는 것은 막을 수 있어도, 무기·흉기·마약류를 갖고 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앞으로는 이런 물품을 갖고 타려는 승객을 제지할 의무가 버스 회사에 생긴다.

또 운행 중 승객이 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피해를 볼 경우 이를 즉시 알릴 수 있도록, 각 좌석에 비상벨 설치가 의무화된다. 심야 운행을 시작할 때 ‘폭행·성추행 발생 시 비상벨을 누르거나 112로 신고하라’는 안내 방송을 하는 것도 의무화된다.

버스 내부를 촬영하는 방범 카메라에 관한 기준도 정비된다. 고화질 방범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객실 전체를 비추도록 해, 밤에 실내등을 끄고 운행하는 상태에서도 차량 내부 상황을 식별할 수 있게 한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어버렸을 경우 이를 감지해 차량을 갓길 등에 자동으로 정차시키는 ‘위험 완화 기능(RMF)’의 버스 장착도 추진된다. 권익위는 이 기능이 버스 등에 장착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라고 국토부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운전자를 승객과 분리시키는 보호 격벽 설치, 차량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이를 한국도로공사 교통상황실에 자동으로 알리는 ‘긴급 구난(e-call) 체계’ 단말기 설치도 검토해보라고 국토부에 제안했다. 이 체계는 버스에서 에어백이 전개되거나 운전자·승객이 SOS 버튼을 누른 경우 작동해, 소방과 경찰이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게 한다.

국토부는 권익위 권고 대다수를 수용해, 올해 안으로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모든 심야 고속·시외버스에 운전자 보호 격벽과 긴급 구난 체계 단말기를 설치하는 방안은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거리 심야 시외버스 이용객 안전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최근 장거리 심야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증가하고 있으나, 심야 시간대에 운전자 1명만이 승객의 안전을 전부 책임지고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여행함에 따라 승객이 성추행·폭력 등에 노출될 수 있고, 심야 교통사고는 더욱 위험할 수 있음에도 안전 대책은 일반 시간대 운행 버스와 동일하다”고 했다. 그는 “이에 심야 버스 이용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미흡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