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로 취임 2년을 맞았다. 총리를 두 번 지내면서 총 재임 기간(2년 10개월)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길다. 다만 한 총리는 이날 총리실 직원들에게도 기념행사를 열 생각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부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이란 점을 총리가 고려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총리는 지난 4·10 총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후임 총리 인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 구도인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야당이 임명에 동의할 만한 인물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한 총리가 상당 기간 총리직을 더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윤 대통령의 신임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처음엔 한 총리 사의를 반려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최근에도 측근들에게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본궤도에 오르면 여한 없이 떠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 총리는 최근까지도 총선 때 있었던 ‘대파 논란’ 등 정부의 현안 대응 역량에 의구심을 자아낸 사안과 관련해 일일이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총리는 각 부 장차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대국민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여름 벌어진 오송 지하 차도 침수 사고 수습,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 처리수 방류 대응, 새만금 잼버리 파행 수습 등 정부 위기 대응에서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는 평을 듣는다. 올 초부터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다만 공동유치위원장을 맡았던 2030 세계 박람회 부산 유치에 실패했고, 최근에는 총리 직속 국무조정실 등 14부처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가 ‘해외 직구 금지’를 추진했다가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사흘 만에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10개월여 총리를 지낸 한 총리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2022년 5월 두 번째로 총리로 임명됐다. 여권에선 “소수당 정권 총리인 그의 관운(官運)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정국 상황에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