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는 동삼동에 있는 작은 항구 ‘하리항’ 일부를 매립하게 되자, 어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해 주는 차원에서 매립 부지 일부에 수산물 직매장을 세우는 사업을 추진했다. 직매장 부지와 건물은 ‘동삼어촌계’ 소유가 돼 마을 어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영도구는 2016년 7월 부지를 3억4500만원에 팔았다. 하지만 이 부지 주인이 된 것은 어촌계가 아니라 이름이 비슷한 다른 법인으로, 어촌계장 A씨가 지분을 갖고 있는 법인이었다. 이 법인은 사업 보조금 2억8000만원도 따로 받았고, 2018년 1월 이 돈 등으로 4층 건물을 지었다.
A씨 법인은 2018년 8월 갑자기 ‘직매장 운영 사업을 못 하겠다’며 영도구에 2억8000만원을 반환했다. 그러고는 2020년 5월 건물을 제3자에게 팔아 13억원의 차익을 거뒀고, 석 달 뒤 해산됐다. 남은 돈 10억원은 A씨를 비롯한 출자자 35명이 나눠 가졌다. 어민 100여 명이 속한 어촌계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1일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영도구 공무원들은 A씨 법인이 어촌계와 다른 것이며 여기에 부지를 팔아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매각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법인이 영도구에 보조금만 돌려주고 건물을 차지한 것도 불법이었다. 감사원은 A씨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A씨 법인에 부지를 내준 당시 공무원 2명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장(里長)과 어촌계장 등 마을 대표들이 정부의 마을 지원금을 빼돌리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마을 주민들을 위한 일꾼이어야 할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묵인하에 주민들을 속이고 돈을 챙긴, 전형적인 ‘토착 비리’였다. 감사원은 3만9000여 곳에 달하는 전국 리(里)와 어촌계 가운데 자체 정보 수집 활동을 통해 추려낸 4곳을 시범적으로 조사해 봤더니 전부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런 토착 비리가 만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국 지자체에 자체 감찰에 나서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전북 남원시 한 마을 이장 B씨는 2017년 마을 인근에 폐기물 처리 시설이 설치되면서 주민 보상책으로 나온 농산물 가공 공장 건립 보조금을 빼돌렸다. 공장은 마을 공용 토지에 세워져 마을 재산으로 관리돼야 했지만, B씨는 아내와 아들, 친인척과 함께 영농조합법인을 세운 뒤 이 법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고, 이 토지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해 남원시에서 보조금 1억8700만원을 받아 공장을 세웠다. 남원시 공무원들이 이 법인에 보조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준 것이었다. B씨 등은 공장 건물을 자기네 법인 명의로 등기해 공장을 차지했다.
제주도 한 마을은 2018년 폐교를 활용해 소득 증대 사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한 특별법에 따라 제주교육청에서 한 폐교를 무상으로 임대받았다. 그러나 이 폐교에 만들어진 카페는 마을 주민들의 것이 아니었다. 마을 이장 C씨가 카페 사업을 하겠다는 업체에 돈을 받고, 마을 명의만 빌려준 것이었다. 교육청에는 카페 사업이 마을 사업인 것처럼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냈다. 이렇게 해서 이 마을 명의로 들어온 뒷돈은 2022년까지 5년간 2500만원이었다. 같은 기간 카페 사업체는 이 폐교에서 34억3700만원 매출을 올렸다.
경기 화성시 한 마을에서 노인회장·수리계장을 지낸 D씨는 2018년 개발제한구역 내 땅에서 마을 새마을회가 야영장 사업을 하는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어 화성시에서 개발 허가를 받았다. 3년 뒤에는 새마을회가 이 야영장을 마을회관과 마을 공동 구판장으로 바꿔 운영하기로 했다는 가짜 서류를 내서, 토지 용도변경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애초에 이 토지는 자기 딸과 아내 명의로 된 것이었다. 그래놓고는 이 땅에 마을회관 용도로 올린 건물을 자기 딸과 아내가 돈을 주고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또 꾸며내, 건물까지 차지했다. D씨 가족은 이런 식으로 4억8000여 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화성시 공무원은 D씨가 낸 서류의 직인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도 관련 허가를 다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